또 하나의 별이 활짝 피어나지 못한 채 스러져버렸다.

그룹 아스트로 문빈이 19일 오후 8시 10분경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25세.

20일 새벽 소속사 판타지오는 “아스트로 멤버 문빈이 갑작스럽게 우리의 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문빈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사망 원인 조사를 위해 부검 등을 검토 중이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1998년생인 문빈은 지난 2006년 동방신기의 ‘풍선’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꼬마 동방신기’로 주목 받았다. 2009년 KBS2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김범의 아역으로 얼굴을 알렸고 이후 지난 2016년 EP ‘스프링 업(Spring Up)’을 발매하며 6인조 보이그룹 아스트로로 가요계에 정식 데뷔했다. 아스트로에서 메인 댄서 겸 서브보컬로 ‘베이비’ ‘니가 불어와’ ‘숨가빠’ ‘너잖아’ ‘노크’ 등의 곡을 발표했다.

개인 활동도 활발했다. tvN SHOW ‘최신유행프로그램’ 시즌 1, 2(2018~2019), 쿠팡플레이 예능 ‘SNL 코리아 시즌2’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MBC M ‘쇼! 챔피언’의 MC를 맡아 훌륭한 진행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여동생인 문수아와 함께 MBC ‘호적메이트’ 등 예능에 출연하며 관심을 받았다. 문수아는 현재 그룹 빌리의 멤버로 활동 중이다.

2020년부터는 유닛 문빈&산하를 결성해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1월 미니 3집 ‘인센스(INCENSE)’를 발매했으며 지난달 서울, 마닐라, 방콕 등에서 첫 단독 팬콘 ‘디퓨전’을 개최하는 등 해외 공연 등을 이어왔다. 문빈&산하는 오는 5월 부산에서 개최될 드림콘서트 출연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여러 공연 일정을 앞두고 있던 문빈의 사망소식은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늘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던 문빈이었기에 슬픔은 배가 됐다.

더군다나 문빈이 사망한 다음날인 20일은 문빈의 어머니 생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서는 지난해 4월 20일 문빈이 어머니 생신이라 전화를 드렸다고 팬들과 소통한 내용이 재조명 받으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문빈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외신들도 일제히 소식을 타진했다. 미국 현지 매체 뉴욕타임스, 뉴욕포스트, 빌보드, 위클리 등은 “K팝 팬들은 자신들에게 K팝이라는 장르를 알려준 문빈의 사망소식에 깊은 슬픔을 표하고 있다”는 속보를 전했다.연예매체 TMZ는 “그의 나이는 겨우 25살이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영국 매체 BBC, 중국 연예매체 시나닷컴 등 주요 외신들도 “아스트로와 듀오 문빈&산하의 문빈이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던 아이돌 멤버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K팝 가수들의 사망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2017년 샤이니 종현부터 2018년 백퍼센트 민우, 2019년 에프엑스 출신 설리 그리고 카라 구하라까지. 극단적인 선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극한 경쟁의 육성 시스템을 거쳐 이름을 알린 스타들이 이처럼 연이어 비보를 전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와 유럽, 팝 음악 시장의 본토인 영미 지역까지 뻗어나간 K팝 열풍 속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아이돌이지만, 그늘도 분명히 존재한다. 톱스타 자리에 오른 수많은 아이돌 스타들이 극심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은 한국 아이돌 산업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대부분 10대 어린 나이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돌 스타들은 오랜 시간 사생활을 통제당하며 혹독한 연습 과정을 거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스타가 된 이후에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악성 댓글, 루머 등 불특정 다수의 평가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대상이라 사랑도 비난도 모두 견뎌야 하고, 항상 팬들 앞에서 의연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야 했던 이들이기에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너무 빨리 육성되고 소비되는 K팝 산업 속에서 아이돌은 숨이 차도 멈출 수 없고, 멤버 개개인은 소진되고 고갈된다. 앞서 종현의 비보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빛나는 스타가 관대하지 못한 K팝 산업 한가운데 죽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문빈의 사망 소식에도 다수의 외신은 K팝의 그늘을 조명하며 “문빈의 사망은 K팝 시장의 잘못된 점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지난해에는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 큰 족적을 남긴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K팝과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 계속 무언가를 찍어내야 하니까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다”며 ‘번아웃’이 왔음을 고백해 충격을 안긴 바 있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K팝 상승가도 속에서도 이런 아이돌 멤버의 비보가 끊이지 않아 안타깝다. 화려한 연예산업 이면 아이돌의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대형 기획사들 중심으로 과거보다 아이돌이란 직군의 심리적 케어에 힘쓰고 있다”면서도 “기획사 차원에서 문제를 인지하는게 먼저긴 하지만 아이돌을 바라보는 엄격한 잣대와 사생활 침해, 비난의 수위 등 업계 전반적인 시선의 전환이 동반되어야 한다. 대중 앞에 노출된다는 아이돌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처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