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창정, 주가조작 세력에게 투자금 맡겨

임창정 “30억 원 맡긴 것 맞지만 ‘수십억’ 손해”

전문가 “투자금, 작전 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떼제네랄(SG) 증권 사태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가수 임창정(50)도 시세조종 세력에게 30억 원을 맡겼다가 수십억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주가폭락을 주도한 일당으로 의심받는 10명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황이다. 이들은 투자자 명의의 휴대전화로 주식을 사고팔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일명 ‘통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임창정 역시 이들 일당에게 자신과 아내 서하얀의 명의로 총 30억원을 투자하고 신분증까지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임창정은 출국금지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관련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임창정 “30억 원, 신분증 맡긴 것 맞지만 ‘수십억’ 손해 봤다” 주장

임창정은 올초 자신이 대표로 있는 연예기획사 지분 일부를 이들에게 50억 원에 팔고 그중 30억 원을 재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지분을 넘긴 뒤, 매각대금 일부를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연예기획사를 매각·인수하는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래 방식으로 알려졌다.

임창정은 매각대금으로 받은 금액 중 30억원을 자신과 아내 서하얀의 계정에 각각 15억원씩 넣고, 부부의 신분증까지 세력에 넘겨 대리 투자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JTBC 보도에 따르면 대리투자에 대해 임창정은 “그 팀들이 하는 룰인가보다 (했다). 저는 주식을 모르니 그렇게 다 해줬다”라고 설명했다.

초반에는 큰 수익이 났다. 임창정의 투자금은 한 달 반 만에 2배 가량 오른 58억 원이 됐지만, 임창정은 전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임창정의 자금을 바탕으로 신용매수를 해 총 84억원의 주식을 사모았다.

하지만 지난 24일 급작스런 하한가와 함께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고, 이들 작전 세력에게 맡긴 임창정의 투자금 역시 90% 이상 날아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 세력은 지난 2020년부터 투자자들 명의로 통정거래를 진행, 시세조종 작업을 해왔다.

임창정은 JTBC측에 “어떤 종목인지는 모르지만, 그래프만 보면 수익이 높겠다 싶어 투자했다. 현재는 1억8900만원 남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 ‘피해 주장’ 임창정을 향한 수상한 시선…작전세력 방송 채널 출연하고 골프장에도 투자

작전세력들이 주로 작업한 선광, 세방,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다우데이타 등 종목은 지난 24일을 시작으로 사흘 연속 하락하며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다. 대부분 SG증권 창구를 통해 매물이 쏟아졌고, 개미투자자들의 패닉셀까지 나오며 급락은 이어지고 있다.

임창정은 “내가 주식을 잘 모르니 (주가조작 세력) 그쪽에서 그렇게 다 해줬다. 나도 피해자다. 수사나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라고 밝혔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직접 작전세력 유튜브 방송 채널에 출연했고, 이들이 인수한 골프장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특히 투자금과 신분증까지 맡겨가며 2배 가까운 수익을 낼 때는 이상한 걸 몰랐는데, 돈이 사라지고 나서야 피해자라고 나선 임창정의 행보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전문가는 “보통 증권사나 운용사는 투자자에게 투자와 관련된 모든 사실을 사전에 협의한다”며 “수억원대도 아니고 수십 억원대의 투자 금액이라면 충분한 설명이 필요했을 상황인데 정상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가 손실을 본 것은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주가조작 방식이나 위법성에 대해 (투자자가)몰랐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해 보이지만, 해당 투자자의 투자 금액이 주가 조작 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당국은 주가조작 관련 사건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거래가 정상적인 거래였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으며, “작전세력이 개입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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