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패해서 유나가 뛰어와 내게 안기면 좋겠다. ”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G 바이런 넬슨(총상금 950만 달러)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이경훈(32)이 10일 오전 연습라운드를 마치고 한국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11일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7414야드)에서 개막하는 AT&T 바이런 넬슨에 출전하는 이경훈은 PGA 투어 통산 2승을 모두 이 대회에서 거뒀다. 한국 선수가 PGA투어에서 단일 대회 2년 연속 우승하기는 이경훈이 처음이다.

지난 주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공동 8위에 오른 그는 인터뷰 내내 여유있는 모습으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항상 여기 올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며 “지난주 톱10에 들어 좋은 기운을 얻고 여기에 온 거 같다. 작년에 비해 좀더 자신감을 얻고 온 거 같아 기분이 좋다”고 미소지었다.

PGA투어에서 한국 선수 최초이자, 세계적인 선수들도 드문 3연패에 도전해 골프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에 오른 톰 왓슨이 1980년 이 대회에서 유일하게 3연패했고, 최근 40년간 단일대회에서 3연패한 선수는 타이거 우즈, 스티브 스트리커(이상 미국), 스튜어트 애플비(호주) 3명 뿐이다.

이경훈은 “내가 그런 대 선수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영광”이라며 “3연패를 꼭 해보고 싶고 욕심이 안난다면 거짓말이지만 부담감에 발목을 잡히고 싶지는 않다. 도전의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경기하려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선수 8명을 비롯해 세계 톱 랭커들이 출전한다. 우승 경쟁자를 묻자 “모두가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 어떤 선수가 경계가 된다는 생각은 안해봤다”며 “나 스스로 작년의 나보다 나아지려고 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이경훈은 TPC크레이크 랜치에서 지난 2년간 8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로 합계 25언더파, 26언더파로 2연패해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페이웨이가 넓은 편이라 드라이버를 자신있게 칠 수 있어 나한테 잘 맞는 것 같다. 퍼트도 잘 돼 버디를 많이 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기하게도 티박스에 서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게 코스와의 궁합인지 모르겠는데 내가 넓은 페어웨이를 좋아하는데 여기 페이웨이가 넓어 드라이버를 자신있게 칠 수 있고 그린도 나와 잘 맞아 퍼트도 잘 된다”고 덧붙였다

두 차례 우승할 당시 기억과 홀별 특징이 생생하게 생각난다고도 했다. “오늘 연습 라운드를 돌았는데 칠 때마다 10, 11, 12번 홀에서 어떻게 쳤고 어디서 퍼트를 했는지 다 기억이 났다”며 “특히 18번 홀에서 마지막 다리를 건너 그린에 올라갈 때를 잊을 수 없다. 오늘도 똑같은 길을 걸어가며 이땐 이랬었지 하고 좋았던 기억이 들었다.”

특히 PGA투어 데뷔 이래 80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안겼던 2021년 이 대회 17번 홀(파3)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당시 17번 홀에서 티샷을 홀 1m 옆으로 붙여 버디를 잡아 3타 차로 달아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샘 번스(미국)를 3타 차로 제치며 우승했고 지난해에는 조던 스피스(미국)에 한 타 앞서 2연패했다.

이경훈은 “17번 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해 우승 때 버디를 했고 다음해 위기에서도 2021년 가까이 붙였던 샷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며 “항상 이곳에 왔을 때 많은 선수들이 버디를 많이 하다보니 버디 기회를 만드는 게 중요해서 아이언 연습을 많이 했고 퍼팅 연습도 많이 했는데 요즘 퍼트 감각이 좋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가장 까다로운 홀로 16번 홀을 지목했다. 뒷바람이 불면 그렇게 어려운 홀은 아닌데 앞바람이 불면 굉장히 길게 느껴지고 페이웨이도 좁으며 벙커도 있는데다 그린도 굴곡이 심해 아이언샷이 굉장히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앞바람이 불 때는 4번 아이언이나 하이브리드로 세컨드샷을 쳐야 한다는 것.

인터뷰 동안 ‘딸바보’의 면모를 드러낸 이경훈은 재작년 우승 때는 만삭인 아내 유주연씨와 함께, 지난해는 딸 유나를 안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3연패할 수 있다면 이제는 유나가 잘 걷고 잘 뛰니까 내가 우승 퍼트했을 때 유나가 뛰어와서 안기면 좋겠다. 그러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빠가 된 뒤 달라진 점으로 “예전에는 경기가 안 풀리면 기분이 굉장히 가라앉고 경기 후 힘이 많이 없어졌는데 지금은 경기 결과를 떠나 집에 돌아가면 유나가 있어 행복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예전 우리 부모님도 나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하고 요즘들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흐뭇해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최근 기존 코치는 물론, 새로운 코치와도 연습하고 있다. “스윙 때 오른쪽으로 스웨이가 되는 편이라 일관성이 떨어질 때가 있어 스윙의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힘은 쓰되 밀리지 않고 중심을 잘 지키도록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아직 우승을 못해 우승을 목표로 남은 시즌을 계속 해보려고 한다. 그 우승이 이번주에 찾아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고 우승을 못한다면 남은 시즌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려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이경훈은 12일 오전 2시44분(한국시간) 스코티 셰플러(미국), 제이슨 데이(호주)와 함께 1라운드를 시작한다.

hjch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