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허정민, 제작사 캐스팅 갑질 주장

10년전 캐스팅 갑질까지 폭로하기도

제작사 관계자 “갑질로 보기 어렵다”

아역배우 출신 중견배우 허정민(41)이 10년 전 겪은 캐스팅 갑질까지 끌어내며 KBS2 새 주말극 ‘효심이네 각자도생’ 하차를 둘러싼 폭로를 이어가 논란을 빚었다.

두달여 동안 준비했던 작품에서 하차 통보를 받은 허정민은 지난 16일과 17일 연거푸 개인 채널을 통해 울분을 토로했다. 핵심은 “깔 때는 적절한 해명과 이유, 사과가 있어야 하는 거다”라는 부분이다.

자신이 왜 배역에서 하차하게 됐는지 전후사정을 알지 못한채 일방적으로 통보받은데 대한 분노였고, 허정민이 적은 과거사를 보면 10년전 뿐만 아니라 배우생활을 하는 내내 알 수 없는 하차가 반복돼 온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제작진 측은 허정민이 제기한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특히 허정민이 ‘효심이네 각자도생’을 집필한 조정선 작가를 저격하자 “작가는 캐스팅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배우 본인의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연출자인) 김형일 감독과 허정민 배우가 지난 3월 말 단 한 차례의 미팅을 가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제작진 논의 결과 극중 캐릭터와 배우의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2주 후인 4월 중순 허정민의 매니지먼트에 위와 같은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해명 이후 허정민은 “제작진, 배우분들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 제가 많이 모자랐었다. 드라마의 성공을 기원하며 저는 이만 물러나겠다”라고 사과했지만, 석연치않은 점은 남아있다.

‘효심이네’를 둘러싼 캐스팅 갑질의 실체와 허정민의 폭로로 드러난 10년전 또다른 캐스팅 갑질이 그것. 허정민은 한 제작사 대표의 갑질로 동료배우 고규필과 함께 드라마 출연이 무산된 적 있다고 재차 폭로했다.

해프닝으로 끝난 허정민의 캐스팅 갑질폭로에 대해 한 제작사 관계자들은 ‘갑질’이라는 프레임으로 몰아가기는 애매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 관계자는 “배우, 캐스팅 디렉터들에게 제작사는 갑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배우가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해도 제작사가 원하는 배우를 캐스팅한 걸 두고 ‘갑질’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배우가 작품의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듯이 제작사나 연출자는 큰 그림을 생각하다 보니 간극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드라마 제작 단계에서는 여러 힘이 작용한다. 주연배우 캐스팅을 놓고 방송사, 제작사, 연출자, 작가, 연예기획사의 핑퐁이 이어지고, 조연급과 단역에 이르기까지 ‘끼워팔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드라마에서 같은 소속사 배우가 여럿 등장하는 것도 이같은 물밑작업 때문이다. 여러 관계자의 입장과 요구를 조정하며 드라마는 닻을 올릴 수 있다. 최근에는 PPL을 집행하는 광고주의 입김을 막아내는 것도 큰 일 중 하나다.

데뷔 28년차 배우 허정민이 이같은 상황을 몰랐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변한 내막 또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포츠서울’은 허정민 측에 직접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따로 입장을 낼 생각은 없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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