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과 함께해서 찬란했던 ‘봄여름가을겨울’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빅뱅은 결국 ‘마지막 인사’를 남길까. 아니면 ‘거짓말’처럼 돌아올까.

최근 탑이 빅뱅 탈퇴를 공식화한 데 이어, 리더 지드래곤까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 전속계약이 만료되면서 이제 YG에는 빅뱅 멤버들 중 아무도 남지않게 됐다. 지드래곤, 태양, 탑, 대성까지 각자의 길을 택한 멤버들은 ‘새 챕터’를 선언했으나, 오랜시간 빅뱅의 그룹 활동을 기다린 팬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지드래곤과 전속계약은 만료된 상황이며, 광고 등 기타 활동에 대해서는 별도의 계약을 통해 협력 중이다. 음악 활동 재개 시 추가적인 계약을 협의할 예정이며, YG는 이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YG가 지드래곤의 계약 만료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드래곤은 빅뱅의 리더이자 YG를 상징하는 아티스트로 활약해왔다. 각종 이슈와 구설 속에서도 16년간 YG와 흔들림 없는 관계를 유지해오던 지드래곤의 계약만료 소식에 팬들 역시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다만 YG 측이 추가 계약 협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지드래곤의 솔로 활동은 YG와 손잡고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빅뱅 멤버들을 둘러싼 지각변동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태양은 지난해 12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작곡가로 활약한 테디가 설립한 더블랙레이블에 새 둥지를 틀고, 무려 6년만의 신보 ‘다운 투 어스’(Down to Earth)를 발표했다. 테디는 그간 빅뱅, 블랙핑크 등 YG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 작곡과 프로듀싱을 전담해오며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대성 역시 올해 4월 YG와 계약을 끝내고 빅뱅 시절부터 10여년간 동고동락한 매니저와 함께 알앤디컴퍼니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알앤디컴퍼니 측은 “대성을 위한 전담팀인 디 레이블을 통해 향후 음악을 비롯해 다채로운 분야에서 그가 지닌 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겠다”라고 밝혔다.

탑도 지난해 2월 YG와 전속계약이 만료돼 회사를 떠났다. 당시 YG 측은 “여건이 되면 언제든 빅뱅 활동에 합류할 것”이라고 탑과의 동행을 언급했지만, 탑은 YG와 거리를 뒀다.

지난달 31일 탑은 자신의 개인채널을 통해 “(빅뱅에서) 이미 탈퇴했다”고 밝혀 재관심을 받았다. 와인 사업가로 새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미국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민간인 최초 달 비행 프로젝트 디어문 크루 멤버로 선정되는 등 남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세대 대표 그룹으로 꼽히는 빅뱅은 ‘거짓말’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 ‘판타스틱 베이비’ ‘배드 보이’ ‘뱅뱅뱅’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내는 곡마다 음원차트 1위와 각종 음악 시상식 대상을 휩쓸었다. 지금도 빅뱅만큼 팬덤과 대중성 모두를 갖춘 보이그룹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들이 K팝에 남긴 업적은 상당하다.

막내였던 멤버 승리가 2019년 ‘버닝썬 게이트’ 논란에 휩싸인 후 팀을 탈퇴하는 등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4인조로 돌아온 빅뱅은 여전히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4월, 무려 4년만에 발매한 신곡 ‘봄여름가을겨울’로 빅뱅은 방송활동 없이도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 ‘톱 100’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주요 차트를 휩쓸었다.

물론 계약 종료가 곧 그룹의 해체이던 시절은 지났다. 최근 아이돌 그룹들의 활동 양상만 봐도 그렇다. ‘마의 7년’이라 불리는 전속계약 만료 후 소속사를 떠나도 그룹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결국 같은 소속사냐 아니냐가 아니라, 멤버들의 의지에 달렸다는 뜻이다. 빅뱅 그룹 활동의 미래 역시 이제 각자의 길에 선 4명의 멤버들에게 달렸다.

그러나 최근 탑은 ‘빅뱅 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캡처해 빅뱅에 ‘X’자를 표시한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포털사이트에 공개된 프로필상 데뷔 날짜를 빅뱅 데뷔가 아닌 본인의 솔로 싱글 ‘턴 잇 업’ 발매일로 변경하는 등 그간 자신을 묵묵히 응원해준 팬들을 배려하지 않은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16년간 추억을 함께한 팬들은 승리로 인한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탑의 이기적인 이별 방식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고 있다. 여기에 빅뱅의 주춧돌이자 정체성과 같았던 지드래곤도 YG와의 계약 관계가 청산되면서 빅뱅의 그룹 단위 활동은 요원해졌다.

2006년 데뷔 이후 16년 만에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앞으로 그룹 빅뱅의 향방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YG 측은 멤버들의 소속사는 달라졌지만 그룹 활동은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으나, 팬들은 과연 YG의 바람대로 빅뱅이 다시 모여 앨범을 발표하는 날이 올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열린 솔로 앨범 ‘다운 투 어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태양은 향후 빅뱅 활동 재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저도 가장 바라는 꿈”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어떻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머지않아 서로 열심히 활동하다 보면 좋은 기회와 좋은 시간에 팬들 앞에서 설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하며 “다른 멤버들도 저랑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팀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마지막 인사는 접어두길 바래 오늘 단 하루만큼은’(빅뱅 ‘마지막 인사’ 中)

빅뱅의 전성기는 그 누구보다도 반짝였지만, 그에 따른 그림자도 짙었다. 그 시절을 지나온 팬들의 기억 속 배경음악엔 언제나 빅뱅의 노래가 있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K팝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빅뱅의 컴백은 늘 업계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다”라며 “팀의 이미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지만, 지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 그룹 멤버 중 상당수가 빅뱅을 롤모델로 꼽을만큼 K팝신에선 독보적인 음악성과 색깔을 가진 그룹임은 분명하다. 당분간은 그룹 활동을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마지막일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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