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돌의 기적’을 일군 4인조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소속사 어트랙트와의 신뢰 상실을 주장하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5일 오후 4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피프티 피프티 멤버 4인(새나·키나·아란·시오)이 소속사 어트랙트(대표 전홍준)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 관련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과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 등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멤버 4인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바른 유영석 변호사는 지난달 19일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소속사 어트랙트 측이 계약을 위반하고 신뢰관계 파괴를 야기해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음반·음원 수익 정산 불투명으로 신뢰 상실” VS “정산 누락은 더기버스의 실수”

이날 열린 공판에서 피프티 피프티 측은 전속계약 해지 사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수익 항목 누락 및 정산자료를 성실히 제공치 않았다는 점, 채권자들의 신체 정신적 건강관리 의무를 위반한 점, 연예활동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 지원이 부족한 점이다.

이 가운데 정산자료 제공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은 점이 소속사와 멤버간 신뢰가 무너진 주요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피프티 피프티 법률 대리인 측은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가 인터파크로부터 멤버들이 연습생 시절 당시 계약을 체결한 회사인 스타크루이엔티에 90억의 선급금 유통계약을 맺었다고 주장다. 그러면서 60억원으로 음반 투자금을 사용했고 음반음원 수입은 스타크루이엔티로 지급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변호인은 “왜 엉뚱한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냐. 정상적이라면 인터파크와 어트랙트 사이 90억원의 선급금 유통계약이 체결됐어야 한다”며 “채무를 부담하는건 스타크루이엔티인데 피프티 피프티가 변하는 구조다”라고 60억원 이상을 사용한게 채권자(피프티 피프티)를 위해 쓴게 맞는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인터파크와 스타크루이엔티의 선급금 유통계약 구조에 대한 고지를 들은 적이 없고, 이에 대해 동의를 구한 사실도 없다”며 어트랙트에 대한 신뢰 상실을 주장했다.

또 전홍준 대표의 배임 행위도 주장하며 형사 고소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멤버들 측 변호인은 “음원 유통사에서 선급금을 지급한 지난해 12월 이래 4월까지 음반·음원수익이 정산자료에는 0원으로 기재돼 사실상 누락됐다”며 “멤버들은 이런 거래 구조에 동의한 적 없고, 전 대표가 이를 통해 배임 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 형사고소까지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어트랙트 측 법률 대리인은 “거래 구조에 대해 굉장히 중대한 오해가 있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설명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멤버들이 당초 스타크루이엔티와 전속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어트랙트와 스타크루이엔티의 영업양도 계약에 기반해 진행된 것이므로 거래 구조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어트랙트 측은 “양측이 동의한 거래구조에 대해 대표의 배임까지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상상”이라며 “수익의 누락은 시간적 차이와 더기버스 측 담당자의 실수 때문이었고, 해당 부분을 바로잡아서 멤버들이 요구하는 기한 내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정산내역 제공이 지연된 이유와 스타크루이엔티 사이에서 이뤄진 음원수익 등의 정산 과정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라고 어트랙트 측에 주문했다. 재판부는 오는 26일까지 양측으로부터 모든 자료를 제출받은 뒤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신뢰 깨져” VS “합의 원해” 팽팽한 공방 이어가

이날 심문기일에서 양측은 팽팽한 공방을 이어갔다. 마지막 발언 기회에서 어트랙트 측은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 보다 배후세력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없다는 뜻을 재차 표명했고, 멤버들 측은 이는 본질을 흐리는 발언이라며 “외부세력의 갈등이 연예인의 정당한 권리행사에 장애사유가 돼서는 안된다”고 맞섰다.

재판을 마친 후 양측 변호인 측은 취재진과 만나 입장을 재차 밝혔다. 먼저 어트랙트 측 변호인은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젊은 아티스트들이 상당히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멤버) 본인들의 잘못은 없다. 탐욕스러운 어른들의 잘못된 말들 때문에 앞길이 창창한 아티스트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처분 승소 여부보다 아티스트와의 원만한 협의를 원한다고도 밝혔다. 변호인은 “어트랙트는 뒤에서 조종하는 배후세력이 분명히 있다 생각하고 증거도 있다. 별도의 소송과 법적절차를 통해 끝까지 파헤쳐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소기획사에서 전재산을 투여했고, (전홍준 대표의) 노모가 모아놓은 적은 금액까지도 합쳐 8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그룹을 성장시켜왔는데 외부세력이 개입해 강탈해간다면 앞으로 K팝 시장에서 어떤 중소기획사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위험을 감수하며 미래를 짊어질 아티스트를 개발할 수 있겠나. 정말 안타깝고 슬프게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아티스트라고 강조한 변호인은 “친엄마의 심정으로 사건을 보고 있다. 아티스트 본인들을 비난하는 댓글이 많은데 비난을 자제해주길 당부드리고, 이들의 미래를 생각해서 재결합을 응원할 수 있는 댓글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멤버들이 주장하는 정산의 불투명 부분에 대해선 “정산 과정에서 외주사(더기버스)의 실수로 누락된 것”이라며 “최근에 전액을 소상히 밝혀서 정산 자료를 제공했다. 실수는 인정하지만 최근 모두 이행했기 때문에 이것이 (전속계약) 해지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멤버들과 합의를 시도했으나 답변이 없다고 전한 변호인은 “어트랙트 임원들이 멤버들의 부모 집에 찾아가기도 했으나 한결같이 접촉할 수 없었다. 지금도 합의를 원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진행되면 될수록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아티스트”라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피프티 피프티 변호인 측은 “멤버들이 돈을 당장 달라는게 아니다. 전속계약서상 권리에 따른 정산자료를 제대로 제공해달라는 요청이다”라고 반박하며, “아직 어린 나이의 멤버들인데 각종 오해와 억측으로 인해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근거없는 비난은 자제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위너뮤직코리아 영입설, 피프티 피프티의 상표권 출원 신청 등과 관련해서는 “저희는 모른다”며 답변을 피했다. 피프티 피프티는 일부 멤버의 건강 상태에 대해선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다”고 전했다.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갈등, 피프티 피프티의 미래는?

2021년 설립한 신생 중소 음반기획사 어트랙트 출신인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 4월 1일 ‘큐피드(CUPID)’로 K팝 역사상 최단 기간 미국 빌보드 ‘핫 100’ 진입이란 신기록을 쓰며 주목받았다. 이 곡은 지난 1일 ‘핫 100’에도 24위에 올라 14주 연속 진입하며 ‘K팝 걸그룹 역사상 최장 기록’을 새로 썼다.

그러나 화려한 이면 속에서 피프티 피프티를 둘러싸고 소속사 어트랙트와 외주용역업체 더기버스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논란은 지난달 23일 소속사인 어트랙트가 “외부세력이 개입해 우리 멤버를 강탈하려 한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소속사 측은 ‘큐피드’를 함께 제작했던 외주업체 더기버스가 대형 기획사인 워너뮤직코리아에 접근해 피프티 피프티를 팔아넘기려 했다며 지난달 27일 강남경찰서에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 외 3명을 고소했다.

또 관련 정황이 담긴 통화 내용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 모르게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를 중심으로 피프티 피프티의 ‘바이아웃’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정황이 담겼다. 안성일 대표는 피프티 피프티 앨범 작업 과정에서 음악 작업을 주도적으로 이어 온 메인 프로듀서다.

고소를 당한 외주업체 더기버스는 워너뮤직 측에서 자금이 부족한 중소 회사를 글로벌 직배사의 산하에 두고 운영하는 방식을 제안해와 소속사에 전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소속사의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피해를 입었다”며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는 여전히 빌보드 글로벌 차트 4위를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갈등을 지켜보는 팬들의 시선은 싸늘해진 상황이다. 피프티 피프티가 소속사와 본격적인 법정 공방을 시작하면 한동안 팀 활동중단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승소하더라도 히트곡 ‘큐피드’에 비해 피프티 피프티라는 그룹 자체의 인지도는 다소 낮은 상황에서 이같은 긴 다툼 끝엔 결국 성장할 타이밍와 연속성을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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