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호 내일 키르기스스탄전
단판승부 부담 내려놓고 즐기길
[김학범의 눈]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은 쿠웨이트를 시작으로, 태국, 바레인을 조별리그에서 차례로 상대했다. 3전 전승,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면서 '금메달'을 향한 첫걸음을 순조롭게 내디뎠다.
2차전에서 일찌감치 16강을 확정했다.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좋았다. 3경기에서 16골을 넣었고, 실점은 없었다.
이 정도면 '퍼펙트' 그 자체라고 봐야 한다. 더는 이야기할 게 없다. 대량 득점을 해서 퍼펙트했다는 게 아니라 모두가 바라던 대로 경기했다고 본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대표팀은 오는 오늘(26일) 키르기스스탄과 16강에서 맞붙는다.
토너먼트는 조별리그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무승부'가 있는 조별리그와 다르게 '단판 승부'다. 정규시간 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연장전, 그리고 승부차기가 기다리고 있다. 아무래도 뒤로 갈수록 불리해지는 건 우승 후보인 우리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토너먼트에서는 조별리그와 다르게 준비해야 할 게 있다.
강조하고 싶은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선제골에 대한 무게감을 느껴야 한다. 토너먼트에서는 '첫 골'이 언제 나오는지가 중요하다. 상대 전력과 우리의 경기력을 생각하면 선제 실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래서 '첫 번째 골'이 더 중요하다. 첫 득점을 어느 시점에 하느냐에 따라 경기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첫 골이 나오기 전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물론 우리가 실점을 하지않는다는 전제하에서다.
두 번째는 세트피스다. 앞으로 한국이 만나게 될 팀은 수비 라인을 완전히 내려서 경기를 풀어갈 수밖에 없다. 바레인과 조별리그 3차전이 예다. 한국이 전반 내내 줄기차게 두드렸지만 골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상대의 육탄 방어에 고전했다.
한방이 필요했는데 결국 터진 첫 골은 세트피스로 시작된 상황에서 나왔다.
정호연의 크로스를 수비수 이한범이 헤더로 골을 터뜨렸다. 토너먼트가 진행될수록 세트피스의 중요도는 더욱 커진다.
정지된 상황에서 득점 루트를 어떻게 전개할 것이냐에 중점을 둬야 한다.
우리가 세트피스를 맞이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즐기는 마음'이다. 경기를 즐겨야 한다. 토너먼트는 한 경기로 모든 게 결정 난다. 올라가느냐, 떨어지느냐다.
이 부분에서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그럴 때일수록 본인들을 너무 옥죄거나, 억압하는 것보다 경기를 편안하게 즐겼으면 한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충분히 즐기고, 잘 준비해서 더 높은 곳으로 향했으면 한다.
전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
'학범슨' 김학범 전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에 본지 칼럼니스트로 활동합니다. 김 감독은 U-23 대표팀을 이끌며 2018 자카르타ㄱ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0 AFC U-23 챔피언십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또 U-24 대표팀을 이끌고 2020 도쿄올림픽 본선에서는 8강을 지휘했습니다. 김 감독은 본지를 통해 한국 및 상대국 분석, 냉철한 조언 등 다채로운 내용의 칼럼을 기고할 예정입니다. K리그 뿐 아니라 연령별 대표 사령탑으로도 굵직한 경험을 지닌 김 감독만의 소신 있는 칼럼은 한국 축구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염원하는 축구 팬에게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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