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단독 인터뷰

ML 3년 간 슬럼프 등 극복, 꾸준히 성장
커리어하이… 2루수 황금장갑 '유력 후보'
빅리그 투수 중 가장 어려운 상대 디그롬

메이저리그의 162경기 일정은 마라톤 이벤트나 다름없다. 한 시즌을 부상과 슬럼프 없이 출장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샌디에고 파드리스 2루수 김하성에게 2023년 자기 능력을 한껏 과시한 시즌이다. 샌디에고 홈 펫코파크에서의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타석에 설 때마다 "하성 김~"을 연호한다. 선수를 흥분케 하고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이다.
추석을 앞두고 다저스타디움에 온 김하성을 만나 2023시즌과 포스트시즌이 좌절된 팀 분위기 등을 들어봤다.
그는 "2021년 첫해는 힘들었다. 지난해는 경기 출장이 많아지면서 MLB에 적응 단계라는 느낌이 들었고 올해는 지난 두 시즌을 통해 많은 경험을 겪으면서 좋아진 것 같다. MLB에 왔을 때 매년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뒀다"고 했다. 3년을 경험한 나름의 시즌 평가다.
2023시즌은 8월까지 팀의 MVP였다. MLB 네트워크 'MLB NOW' 진행자 브라이언 켈리는 샌디에이고를 언급할 때마다 김하성을 최고의 선수로 꼽았다. 그러나 9월 들어 연속경기 출장에 이은 체력 저하로 내림세가 이어진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팀 내 타율 1위 자리도 유격수 잰더 보가츠에게 빼앗겼다. 김하성은 인터뷰할 때 "아직 시즌이 남았다. 시즌이 끝나고 나야 제 성적이다"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는데 그 말이 맞았다. 9월 슬럼프가 이어졌고 타율, OPS 등이 떨어졌고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WAR도 5.7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또 하나의 경험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김하성은 2023년 모든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기록을 뽐냈다. 그는 "지난 시즌보다 성적이 좋아졌지만 만족할 수는 없다"면서 올 시즌의 활약도를 점수로 평가하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점수로 매기는 게 쉽지 않다. KBO리그에서도 그랬지만 선수로서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다치지 않고 시즌을 이어온 데 감사한다. 굳이 점수로 따진다면 70점 주겠다"고 했다.
지난해 오프시즌 유격수 보가츠의 영입으로 포지션을 유격수에서 2루수로 포지션을 바꿔 다소 우려가 됐던 게 사실이다. 김하성은 "수비는 포지션이 바뀌더라도 걱정하지 않았다. 꾸준히 경기에 나가면 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했다.
수비에선 KBO리그 때보다 훨씬 성장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스로잉, 수비 위치 등이 KBO리그와 약간 달라지면서 수비도 한단계 도약한 게 사실이다. 스스로 "미국 와서 더 좋아졌다"고 인정했다.
김하성은 지난해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3인에까지 올랐으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댄스 스완슨(현 시카고 컵스)에게 수상이 돌아갔다. 골드글러브에 대해서 "당연히 욕심이 난다. 매년 골드글러브 도전하는 수비 수준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김하성은 올해 2루수였지만 유격수, 3루수 등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맡아 득표에서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골드글러브 투표는 감독과 코치들이 한다. 그러나 미국야구연구협회(SABR)가 제공하는 세이버메트릭스 기록 25%가 포함되어야 한다.
시즌 전 월드시리즈 진출 후보로 꼽혔던 샌디에이고는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자 언론들이 팀 캐미스트리 와해를 지적했다. 그는 "내가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선수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결과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고 성적 부진으로 무슨 말이든지 나오게 마련이다. 모두가 잘하고 싶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알 수 없다. 고액 연봉자들 돈으로 다가가면 할 말이 없다. 선수들이 받아들여야 한다. 올해 힘든 게 아픈 경험으로 내년에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2024시즌에 기대를 걸었다.
3시즌을 경험하면서 야구팬들이 가장 흥미를 끄는 점을 물었다. MLB에서 어떤 투수가 가장 상대하기 힘든지 궁금했다. 김하성은 "타석에 서면 다 힘들고 모두 어려운 투수들이다. 굳이 꼽으라면 제이콥 디그롬이다"고 밝혔다. 자주 대결하지는 않았지만 두 차례 맞붙어 2삼진이다. 워낙 위력적인 볼을 갖고 있어 단 두 차례 대결로도 강렬한 인상이 남은 듯하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입문해 대결한 투수만 9월23일까지 500명이다.
사실 디그롬은 김하성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전 타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투수다. 지난 시즌까지 뉴욕 메츠에서 활동한 디그롬은 올해 아메리칸리그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뒤 팔꿈치 수술로 내년 전반기까지 피칭이 불가능하다. 김하성에게 이번 한가위는 미국에서 3번째 맞는 한국 명절이다. 그는 "미국에서뿐 아니라 한국에서 있을 때도 설날, 추석 명절 등을 가족들과 쉬어본 적이 없다"면서 팬들에게 한가위에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면서 편안히 쉬라는 인사말을 전했다.  

LA | 문상열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