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태국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4차전

공수 밸런스 붕괴 속 A매치 7연속 실점
전임 감독 시절처럼 '개인 능력'에 의존
상대 빠른 역습에 '간격' 벌어지며 자멸

'클린스만의 잔재'는 여전히 진하다. 시간이 필요하지만, 임시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의 고심도 깊어진다.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태국과 3차전 홈경기는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느낄 장면이 도드라졌다.
최근 부정적인 외부 이슈를 뒤로 하고 '원팀'을 외치며 한국 축구 최고수가 다시 그라운드에 뭉쳤지만 마음만큼 팀으로 하나가 되지 못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중심으로 6만 홈 팬 앞에서 한국 축구의 힘을 보이겠다는 열망이 어느 때보다 느껴졌고, 경기 태도로 확인했다. 하지만 최근 경질당한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이 심은 부정적인 요소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가장 눈에 띈 건 공수 밸런스 붕괴다. 한국은 태국전까지 A매치 7연속경기 실점했다. 말레이시아(3실점), 요르단(4실점) 등 한국보다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팀에 당한 대량 실점이 포함돼 있다.
황 감독도 임시 지휘봉을 잡기 전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문제점 언급에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밸런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이끈 클린스만 전 감독은 '무전술'로 지탄받았다. 아시아 약체에 고전할 때도 수비 조직에 대한 수정 없이 손흥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처럼 개인 전술이 좋은 공격수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에만 관심을 쏟았다. 
한국 축구는 어느덧 공수 간격이 크게 벌어지고, 상대가 약점을 두드리는 팀으로 변모했다.
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스타일을 제대로 파고들었다.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펼쳤다. 원톱으로 기본 대형을 유지하다가도 수비로 전환할 땐 빠르게 4-4-2 또는 5-4-1로 돌아섰다. 한국은 전반엔 손흥민(1골), 후반엔 교체로 들어온 이강인의 움직임에 의존했고 이렇다 할 부분 전술을 펼치지 못했다. 
오히려 태국의 빠른 역습과 돌파에 공수 간격이 벌어지고 공간을 내주며 동점골을 내줬다.
황 감독은 3선에 백승호를 선발, '밸런스 소방수'로 투입했지만, 단기간에 팀 스타일 변화를 주기엔 한계가 따랐다. 결국 오는 26일 열릴 태국 방콕 원정 4차전도 공수 밸런스 확보가 핵심이다.

김용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