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코리안 빅리거와 달리 빠른 적응
쏟아지는 미디어 관심에도 당당 인터뷰
"부담없이 도전" 강철 멘탈로 첫 홈런포

2월 중순 캠프 첫날부터 범상치 않았다. 완전히 다른 무대, 다른 환경임에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그를 맞이하는 구단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주먹을 맞대며 인사를 건넸다. 동료와 의사소통 또한 완벽하지는 않아도 적극적이다.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슈퍼스타 운명을 수용하고 오히려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전까지 코리안 빅리거와는 비교를 거부하는 적응력을 보이는 샌프란시스코 이정후(26)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어렵다. 낯선 국가, 세계 최고 무대에서는 더 그렇다. KBO리그를 정복했던 류현진, 박병호, 김현수.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 재팬시리즈 MVP를 수상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이대호 또한 낯선 메이저리그(ML)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보통은 캠프 첫날 수백명에 달하는 선수 규모에 압도당한다. 빅마켓 팀은 캠프 취재진 규모도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취재진이 라커룸에 입장한다. 즉 미디어에 선수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된다.
여기서 신고식이 시작된다. 라커룸 인터뷰를 해 본적이 없는 한국 선수들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취재진에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다. 
ML에서는 신인이나 마찬가지인 자신이 집중조명을 받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취재진에 양해를 구하고 라커룸 밖에서 인터뷰를 진행한다. 류현진, 박병호, 김현수, 이대호의 캠프 첫날이 그랬다.
이정후는 달랐다. 이전부터 빅리그를 경험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라커룸에서 취재진을 맞이했다. 입단식에서 "핸섬?"을 외쳤던 그 당당함을 동료 앞에서도 고스란히 유지했다. 캠프 내내 촘촘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여유도 보였다. 새벽부터 나와 지난해 다친 다리 치료를 이어갔고 개인 훈련도 했다. 팀 훈련 전에 이미 땀을 쏟았음에도 매일 인터뷰에 충실했다. 현지 언론에 뜨거운 관심도 즐겁게 받아들이며 부담 없이 빅리그 첫 시즌을 보낼 것을 다짐했다.
'큰돈을 받고 큰 무대에 왔다. 부담을 느끼지는 않나?'라는 현지 매체 기자 질문에 이정후는 "사실 부담이 낯설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여러 가지 부담과 마주했다. 그래서 지금은 괜찮다"며 "솔직히 부담은 처음 프로에 왔을 때 많이 느꼈다. 성공 혹은 실패에 대한 부담이 컸다. 지금은 그렇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계약도 그렇다. 많은 돈을 받았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사실 그렇게 많이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팀스토어 곳곳에 이정후 유니폼을 배치했다. 구단이 발행하는 2024년 미디어 가이드북 표지에도 이정후가 있다. 이정후와 계약을 마치자마자 홈구장 오라클파크에 이정후의 유니폼이 전시됐다. 구단 유튜브와 SNS에 이정후 게시물이 올라갈 때는 한글을 넣는다. 지금까지 코리안 빅리거 누구도 이루지 못한 일이다.
부담과 기대를 결과로 만들었다. 이정후는 지난달 30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전에서 빅리그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3경기 만에 대포를 터뜨리며 누구보다 빠르게 빅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3경기 타율 0.333 1홈런 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9. KBO리그에서 신기에 가까웠던 극도로 적은 헛스윙이 ML에서도 이어진다. 
3경기 동안 총 37개의 투구와 마주했고 헛스윙은 8.3%, 스윙시 콘택트 확률은 100%다. 시속 160㎞를 던지는 ML 괴물 투수도 두렵지 않은 이정후다.  

윤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