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후, ML 데뷔 3경기 만에 첫 홈런 
개막전부터 꾸준히 안타 타점 행진 
미국 전역 중계 경기서 가치 입증 
'장타력-거액 몸값' 물음표 싹 지워 

메이저리그(ML)에서 딱 3경기 했다. 자신에게 붙은 물음표를 착착 지우고 있다. 안타와 타점은 기본이다. 홈런까지 터졌다. 적응기간은 필요 없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26ㄱ샌프란시스코)가 날고 있다. 이정후는 3월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전에서 1안타 2타점 1득점했다. 이 1안타가 대포였다.
팀이 3-1로 앞선 8회초 1사 후 네 번째 타석에 섰다. 마운드에는 왼손 사이드암 톰 코스그로브. 카운트 1-1에서 3구째 몸쪽으로 휘어 들어오는 스위퍼를 받아쳤다. 타구는 훨훨 날아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406피트(약 123.7m), 타구 속도 시속 104.4마일(약 168㎞)로 측정됐다.
스윙이 돋보였다. 좌투수가 던진 몸쪽 스위퍼다. 자신을 향해 오다가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온다. 왼손 타자가 치기 쉽지 않다. 이정후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벼락같은 스윙으로 홈런을 만들었다. 오른발을 열고 스윙하는 대응법이 돋보였다.
빅리그 데뷔 3경기 만에 나온 홈런이다. 이정후를 두고 현지에서는 장타를 약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첫 홈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국 전역으로 중계되는 경기에서 큼지막한 대포를 쐈다. 온몸으로 증명한 셈이다. 5회초 만든 희생플라이 타점을 포함해 데뷔 후 처음으로 '멀티 타점'도 기록했다. 이날만 잘한 것도 아니다. 29일 본토 개막전에서 1안타 1타점을 올렸다. 다르빗슈 유에게 안타, 마쓰이 유키에게 희생플라이 타점을 만들었다.
30일에는 멀티히트 경기를 신고했다. 1회초 선두타자로 안타를 만들었고, 4회초에는 1사 1,2루에서 좌중간 적시타를 날렸다. 골드글러버 김하성의 수비를 뚫고 만든 적시타였다. 이날까지 3연속경기 연속 안타와 타점을 생산 중이다. 비시즌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달러(약 1523억원)라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선수 가운데 최고액이다. 1억 달러 이상도 처음이다.
정확한 타격, 좋은 선구안을 갖춘 중견수다. KBO리그 통산 타율이 0.340에 달한다. 30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들 가운데 '역대 1위'다. 7시즌 동안 볼넷 383개를 얻었고, 삼진은 304번 당했다. 통산 출루율도 0.407이다.
딱 샌프란시스코가 원한 자원이다. 지갑을 열 이유는 충분했다. 물론 빅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에게 너무 많은 돈을 썼다는 비판도 나왔다. KBO리그보다 레벨이 높은 메이저리그에서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물음표를 붙였다. 이 물음표를 시범경기부터 느낌표로 바꾸기 시작했다. 13경기에서 타율 0.343, 1홈런 5타점, OPS 0.911로 잘했다.
정규시즌도 시작부터 좋은 모습을 보인다. 3경기, 타율 0.333, OPS 0.869다. 꼬박꼬박 안타를 치고, 홈런까지 칠 수 있는 파워도 보였다. 샌프란시스코가 예뻐하지 않을 수 없다.  

김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