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극과 극 피칭이 또 있을까.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한화)이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왔다. 4회까지 완벽에 가까웠다. 5회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KBO리그 데뷔 후 최다 실점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류현진은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키움전에서 4.1이닝 9안타 2볼넷 2삼진 9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7실점 후 내려왔으나 두 번째 투수 김서현의 승계주자 2실점으로 최종 실점이 9점이다.

4201일 만에 다시 만난 키움이다. 당시 10이닝 1실점의 괴력투를 펼쳤으나 승패 없음으로 끝났다. 1-0으로 앞선 7회초 강정호에게 동점 솔로포를 맞은 것이 컸다. 이 한 방으로 시즌 10승과 통산 99승을 놓치고 말았다.

복수를 꿈꿨다. 똑같이 통산 99승이 걸려 있었고, 시즌 첫 승도 바라보고 있었다. 되는 듯했지만, 류현진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12년 전 대포에 울었다면, 이번에는 기관총 집중포화에 당했다.

일단 4회까지는 호투를 뽐냈다. 안타 딱 1개 맞았다. 1회초 키움 선두타자 이주형에게 맞았다. 2회말 볼넷을 하나 줬으나 병살타로 넘겼다. 3회와 4회는 삼자범퇴였다.

그 사이 타선이 힘을 냈다. 3회초 1점, 4회초 3점을 뽑았다. 스코어 4-0. 이 정도면 넉넉해 보였다. 승리 요건는 충분히 갖출 수 있을 듯했다.

5회말 모든 것이 변했다. 선두 김휘집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았고, 이형종을 볼넷으로 보냈다. 무사 1,2루 위기. 송성문을 우익수 뜬공 처리했고, 2루 주자가 3루에 갔다. 1사 1,3루가 됐다.

무너졌다. 김재현(2루타)-박수종-로니 도슨-이주형-김혜성에게 5연속 안타를 맞았다. 순식간에 4-0에서 4-5 역전 허용이다.

최주환에게 우전 안타를 맞으면서 다시 1사 만루에 몰렸고, 김휘집에게 중전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스코어 4-7로 벌어졌다.

한화의 인내심이 여기서 바닥났다. 류현진을 내리고 김서현을 올렸다. 김서현이 승계주자 2실점 하며 류현진의 최종 실점이 9점이 됐다.

류현진이 지난 2006년 KBO리그에 데뷔 후 한 경기에서 9점이나 준 적은 처음이다. 2012년 7월18일 삼성전에서 기록한 8실점이 최다였다.

지난 2011년 9월8일 목동 경기 이후 4593일 만에 키움전 선발승을 꿈꿨다. 시즌 1승과 통산 99승 동시 달성도 노렸다. 뜻대로 됐다면 류현진도, 한화도 행복할 뻔했다. 키움이 너무 강했다. 승리는 고사하고 패전 위기다. 4회까지 너무 좋았기에 더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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