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전 무안타, 6경기 연속 출루 마감
투수 '실투' 지켜본 뒤 땅볼.삼진 아쉬움
KBO리그서 뛸 때와 달리 '적극성' 필요

상대가 강할수록 적극적으로 붙어야 한다. 구위가 뛰어난 것은 물론 실투 비중도 적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어쩌다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린 실투 혹은 반대투구가 나온다. 이를 공략해야 한다. 실투를 놓친 샌프란시스코 이정후(26)가 빅리그 입성 7번째 경기에서 처음으로 출루하지 못했다.
이정후는 4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지난달 29일 개막전부터 이어온 6연속경기 출루 마감. 타율은 0.250, 출루율은 0.303으로 내려갔다.
이날은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던 에이스 타일러 글래스나우와 붙었다. 3타수 무안타. 마지막 타석에서는 오른손 다니엘 허드슨에게 강한 타구를 만들었으나 3루 땅볼로 물러났다. 불운까지 겹쳤다.
차원이 다른 투수와 상대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괴물 투수가 많은 메이저리그(ML)다. 때문에 타율이 낮다. 지난해 ML에서 타율 0.300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9명 밖에 없다. 이른바 실투 싸움으로 승패가 결정되는데 이정후로서는 KBO리그와는 다른 승부 방식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스트라이크존 코너를 절묘하게 파고드는 공을 공략할 수도 있지만 이따끔 나오는 한가운데 몰린 공을 때리는 게 타율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이날 아쉬운 순간도 실투를 그냥 보낸 데에 있다. 6회초 글래스나우의 초구 한 가운데 속구를 놓쳤다. 글래스나우는 실수를 범했음에도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선점했고 2구 커브, 3구 낮은 속구로 이정후를 2루 땅볼로 잡았다.
전날 경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이정후는 7회초 마이클 그로브의 초구 가운데 컷패스트볼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후 슬라이더 2개가 들어왔다. 2구 파울, 3구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났다. 실수 하나를 잡아내지 못하면 출루할 가능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1번 타자라 신중할 필요도 있다. 출루 목적으로 신중하게 공을 고르는 모습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워낙 선구안이 좋아서 공 하나를 놓쳐도 다음 공을 놓치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ML 투수에게는 이전과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정후가 속한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는 더 그렇다. 뛰어난 투수가 많다.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한편 오타니 쇼헤이는 이날 다저스 소속으로 첫 홈런을 기록했다. 타일러 로저스의 높게 제구된 공을 우월 솔로포로 만들었다. 오타니는 지난해 44홈런을 터뜨리며 MVP를 수상했다. 타율 0.304로 정확도가 높았는데 삼진 또한 143개. 타석당 삼진 비율은 23.9%였다.
오타니 같은 거포가 될 수 없는 이정후지만 접근법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윤세호 기자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