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 오재원 향한 엇갈린 평가

포구 자세 지적하는 코치에 글러브 던져
시달린 선수들, 은퇴소식에 안도했을 것

성격 독특하지만 연차 쌓이며 잘 어울려
현장에선 열심히 해… 현재 사태 안타깝다

마약 투약, 향정신성의약품 상습 복용 혐의로 구속된 오재원(39)이 팀 후배들에게 대리처방을 강요하며 폭언ㄱ폭행까지 일삼은 추악한 민낯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른바 '오재원 쇼크'로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오재원이 교활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약을 모으는 과정에서 소속팀 두산 후배 8명이 희생양이 됐다. 폭언ㄱ폭행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리 처방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최근 법률대리인을 통해 서울 강남경찰서에 제출한 자료 중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이를 방증한다.
스포츠서울이 일부 확보한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너무 무서워서 부탁 못들어드릴 것 같다. 죄송하다"는 후배에게 오재원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만 안(알)고 있으면 아무문제 없어"라고 회유하는 대화가 있다. 
또 다른 대화에는 후배가 처방받은 약을 두고 왔다고 하자 욕설을 남기며 질타하는 대화내용도 포착됐다.
협박, 위협 등 숨겨졌던 내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충격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급기야 오재원과 인연도 없는 두산 이승엽 감독이 "야구계 선배 잘못이다. 후배들 볼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른 야구계 선배들도 "두 번 다시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다. 안타깝다. 야구계 선배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유감을 전했다.
이들 중에는 오재원과 같은 팀에서 뛰었던 선배, 코치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보고 경험했던 오재원은 어땠을까. 개인 차가 있는 만큼 다소 엇갈린 시선이다.
구단 사정에 정통한 A씨는 "(오재원과)함께 생활했었는데, 훈련 태도나 선후배들을 대하는 태도가 못마땅했다.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될 대로 대라'는 식의 안하무인격 태도를 보였다"며 "이를 지켜본 후배들은 코치진도 어쩌지 못하는 무서운 선배로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펑고 훈련 도중 포구 자세를 지적하는 코치에게 글러브를 던지며 '해보세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나였으면 거친 말이 나왔을텐데. 내게 좋은 기억은 없는 선수"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코치진도 못 건드는데 (오재원의 대리처방) 강요에 후배들이 저항이나 했겠나. 반기를 들 수 없었을 것이다. 오재원이 은퇴를 선언한 날 그에게 시달림을 당한 선수들은 안도의 한숨부터 내쉬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골목대장 기질이 있었지만 야구장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은 좋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오재원과 함께 생활했던 C코치는 "다른 팀에서는 싫어했는데, 야구장에서 열심히 하니깐 코치로서는 좋았다. 성격이 독특해서 선수들과 처음에는 못 어울렸는데 연차가 쌓이니 잘 어울리더라. 골목대장 같은 기질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오재원이)밖에서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현장에선 열심히 했다. 문제를 일으킨 것이 의외이기도 하고 안타깝다"며 "개인 차가 있겠지만 나에게 버릇없게 행동하거나 한 적은 없었다. 하여튼 야구할 때는 괜찮았다"고 부연했다.  

김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