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2년 연속 1000만 관중
전체 좌석 점유율 82.9%… 높은 직관률
MZ세대에 트렌디한 놀이터 진화
선수 '아이돌화' 통해 여성 팬 유입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 한몫
KBO리그가 2년 연속 '대형 홈런'을 날렸다. 야구의 날인 23일, 역대 두 번째 10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최소 경기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프로야구는 명실상부 국내 프로 스포츠 가운데 가장 인기 많은 종목으로 일상에 스며들었다.
유의미한 '기록' 뒤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있는 법. 이처럼 프로야구가 높은 인기를 구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평균 관중 1만7187명에 전체 좌석 점유율 82.9%를 자랑하는 높은 '직관률'이 눈에 띈다. 야구장을 방문하면 사뭇 달라진 풍경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응원하는 팀 유니폼과 응원봉 등 이른바 '직관 필수템'으로 두른 야구팬들로 북적인다. 저마다 개성을 살린 '야구템'으로 무장한 젊은 여성들이 시선을 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일상 속 MZ세대는 특히나 트렌드에 민감하다. 이들에게 유니폼과 각종 야구 액세서리는 단순한 아이템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출하는 창구로 작용한다. 키링, 그립톡, 휴대폰 케이스 등 실용성 높은 굿즈들은 물론, 유니폼 리폼을 통해 일상룩으로 변화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키움 팬인 20대 여성은 "저렴한 가격에 노래와 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며 "비용 부담이 적어 심리적으로 만족도가 높고 응원 문화도 즐겁다"고 밝혔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종합선물세트'인 것이다.
야구장이 MZ세대의 '플레이그라운드'가 된 이유에는 MZ 소비 키워드 '가심비'도 존재한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고물가 시대인 만큼 소비 심리 위축되기 마련. 타 문화 활동에 비해 저렴한 티켓값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삼성 팬이라고 밝힌 30대 커플은 "야구 보면서 데이트를 즐긴다"며 "원정 경기도 자주 간다. 숙박비와 교통비 등 20만원이 넘지만,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5개 구단이 이미 100만 관중 고지를 밟았다. MZ세대의 여가생활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야구 열풍'이 일시적 유행에 그칠지, 새로운 문화로 완벽하게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3월 초 시범경기부터 심상치 않은 흥행 기세를 뿜어냈다.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는 '흥행 광풍'이 휘몰아쳤다. 좀처럼 사그라질지 모르는 '야구 열기'가 정규시즌 막바지까지 이어진다. KBO리그가 역대 최소 경기 기록과 함께 '두 번째 1000만'을 찍었다. 1200만도 보인다.
22일까지 올시즌 KBO리그 누적 관중 수는 998만7273명. 23일 날씨로 인한 취소 등 변수 없이 전국 5개 구장에서 KBO리그 정규시즌이 열렸다. 이날 하루 야구장을 찾은 관중은 무려 10만1317명. 누적 관중 1008만8590명이 됐다. 지난해 이어 다시 한번 10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2024시즌 KBO리그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시대'를 열었다. 9월15일에 1000만 관중을 넘어섰다. 경기 수로 따지면 671경기 만의 일. 올해는 587경기를 소화하면서 1000만을 넘겼다. 지난해와 비교해 100경기 가까이 앞당긴 수치다.
어떻게 보면 예정된 1000만 관중이었다. 3월8~18일까지 진행된 시범경기부터 신기록을 적었다. 42경기에 32만1763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 7661명. 역대 시범경기 최다 평균 관중 기록이다. 종전 시범경기 평균 최다 관중은 2012년의 7470명이다.
겨우내 야구에 목말랐던 팬들의 일시적인 발걸음이 아니었다. 정규시즌 들어서도 폭발적으로 관중을 쌓았다. 개막 15일 만에 60경기를 치르며 100만을 찍었다. 역대 최소 경기 100만 달성. 이후 200만부터 900만까지 연이어 최소 경기 달성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보름에 100만 관중꼴이다.
각 구단도 흥행 관련 기록을 세우고 있다. 올해 오랜만에 가을야구를 바라보는 한화는 창단 최초로 홈경기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이미 130만 관중을 넘어선 삼성은 KBO리그 최초로 홈 관중 140만 돌파가 눈앞이다.
이런 미친 흥행 속 이제 관건은 어디까지 가느냐다. 24일 기준 정규시즌 133경기가 남아있는 상황. 올시즌 평균 관중 수는 약 1만7000명이다. 지금까지 흥행 페이스를 유지하면, 여기서 200만 명이 더 들어온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1000만 시대'를 넘어 '1200만' 신기원을 열게 된다.
전망은 밝다. 아무래도 정규시즌 막바지로 가면 순위가 어느 정도 결정 나고, 소위 '죽는 경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올시즌은 넓게 봤을 때 3위부터 9위까지 가을야구를 위해 여전히 박 터지게 싸운다. 매 경기가 전쟁이다. 관중들이 야구장을 찾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신기록의 신기록이다.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흥행 덕분에 이제는 1200만 관중까지 보인다. 실로 대단한 야구 열기다.
강윤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