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플레이 못지않게 관중 열광
'구단이 섭외 → 기획사가 요청' 변화
아이돌, 수도권 넘어 지방까지 접수  
컴백 맞춘 전략적 활용 홍보도 만점
 

경기 시작 전,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의 시선이 마운드로 쏠린다. 투수 대신 아이돌이 등장하는 순간, 환호는 홈런에 버금가는 열기를 만들어낸다.
이제 시구는 단순히 공 하나를 던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팬들이 야구장을 찾는 중요한 이벤트 중의 하나로 발돋움했다. 야구 경기의 첫 장면을 장식하는 스타의 등장이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 못지않게 관중을 열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 프로야구의 폭발적인 인기와 맞닿아 있다. 2025 시즌 프로야구는 불과 528경기 만에 900만 관중을 넘어섰다. 역대 최단 기간 기록이다.
열기는 자연스럽게 시구 문화로 번졌다. 과거 시구는 구단이 신인 배우나 가수를 섭외해 홍보 효과를 노리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구도가 뒤집혔다. 연예기획사들이 직접 구단에 연락해 "우리 아티스트가 마운드에 설 수 있겠느냐"고 적극적으로 요청할 정도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구단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 '누구를 시구자로 세워보면 어떻겠냐'는 식으로 제안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스타들의 시구 릴레이는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인기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 수빈이 대표적인 예다. 수빈은 지난달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 리그' LG트윈스와 kt wiz 경기에 참석해 멋들어진 시구를 선보이며 경기장의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지방 구장 풍경도 달라졌다. 한때는 서울이나 인천 경기장에서만 볼 수 있던 아이돌 시구가 이제는 부산 사직구장이나 광주 챔피언스필드,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도 자연스럽게 열린다. 배우 최다니엘과 그룹 보이넥스트도어의 부산 출신 멤버 이한과 운학은 5월 부산 사직구장에서 시구를 맡았다. 시구자의 사연도 주목받고 있다. 팬심이 더해지면 공 하나에도 감동의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운학은 지난해말 웹예능 '최애의 최애'에 출연했을 당시 "롯데 자이언츠 경기를 보면 감동이 있다"며 "열심히 뛰고 매력이 있는 팀이다. 롯데는 2025년부터 진짜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며 강한 팬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진솔한 비화는 야구장을 찾는 스타에게도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반면, 스타들이 시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이어지고 있다. 컴백 시기에 맞춘 시구 참여가 하나의 홍보 콘텐츠로 자리잡은 것이다. 수만 명의 관중과 생중계 카메라 앞에서 펼치는 시구가 온라인에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강력한 바이럴 도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한 홍보 관계자는 "SNS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서, 시구로 인한 홍보 효과도 확실하다"며 "무엇보다 '건강한 이미지'라는 보너스까지 얻게 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의 흥행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시구 경쟁도 꾸준히 계속될 전망이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시구는 더 이상 곁다리 행사가 아니다. 누가 마운드에 서느냐에 따라 경기장의 분위기가 달라진다"며 "앞으로는 구단과 연예계가 함께 시너지를 내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