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을 손흥민(33)이 정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선수가 아니라 토트넘에 있다. ‘돈’이 없다. 빚이 차고 넘친다.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손흥민을 팔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스퍼스웹은 2일(한국시간) “토트넘 재정이 좋지 않다. 이적시장에서 쓸 돈이 없다. 영입이 아니라 먼저 팔아야 한다. 순 부채가 2억7900만파운드(약 5268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토트넘이 돈이 없다는 얘기는 어제오늘 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 2019년 완공된 새 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이 컸다.

무려 10억파운드(약 1조9000억원)를 들여 지은 최신식 구장이다. 손흥민이 개장 1호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 좋은데, 건축을 위해 빚을 많이 졌다. 아직도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시간이 더 걸린다.

코로나 시국에는 운영 자금 1억7500만파운드(약 3300억원)를 급하게 대출받기도 했다. 이 대출금은 다 갚기는 했다. 거꾸로 보면, 그만큼 돈을 벌지 못했다는 얘기도 된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는 ‘리그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정’이 있다. PRS 규정이라 한다. 3시즌 합계 적자가 1억500만파운드(약 1980억원)를 넘어서면 안 된다. 연간으로는 3500만파운드(약 660억원)를 넘어서도 안 된다.

토트넘이 당장 이 규정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대신 여름 이적시장에서 돈을 쓰면 상황이 또 달라질 수 있다. 축구재정전문가 스테판 보슨은 “토트넘이 이번 여름에 힘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슨은 “예상보다 올시즌 순위가 낮다. 들어오는 돈도 적다. 유로파리그 결과를 봐야겠지만, 다음시즌 유럽대항전에 진출 여부에 따라 수익이 또 달라진다. 다 잘되면 좋은데,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점은, 지금 돈이 없다는 점이다. 다니엘 레비 회장은 토트넘 지분이 있다. 부자다. 대신 주식을 팔지 않은 한 클럽에 투자할 현금이 없다. 지금 있는 선수를 팔아야 돈이 생기고, 다른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구단 생존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심각한 것도, 위험한 것도 아니다. 대신 ‘영입’에 쓸 현금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대출을 더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

답은 하나다. 가진 것부터 팔아야 한다. 마침 이적설이 ‘난무하는’ 선수가 있다. 손흥민이다. 주급 20만파운드(약 3억7500만원)로 알려졌다. 팀 내 최고 주급이다. 연봉으로 치면 1040만파운드(약 195억원)에 달한다.

올시즌 부진하다지만 손흥민은 손흥민이다. 아직 경쟁력이 있다. 주장을 맡아 리더십도 보였고, 아시아 마케팅 측면에서도 최상급이다. 꽤 비싸게 받고 팔 수 있다. 입맛을 다실 법하다.

해리 레드냅 전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이 못해서 토트넘이 부진한 것이 아니다. 남기로 마음먹는다면, 다음시즌 얼마든지 다시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냥 토트넘이 못했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무한 애정을 보낸다. 10년 헌신 어디 가지 않는다. 그러나 계속 토트넘 유니폼을 입을지를 손흥민이 결정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손흥민의 계약은 2026년 6월까지다. 토트넘이 매각하고자 한다면, 이번 여름 이적시장이 마지막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