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나 음악을 함께했다. 여성 듀오 애즈원의 탄생이다.

그런데 올여름 이민(이민영)은 황망히 세상을 떠났고, 크리스탈은 그 곁을 지키기 위해 태평양을 건넜다.

애즈원의 멤버 크리스탈이 지난 5일 갑작스럽게 사망한 친구 이민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고 있다. 미국에 거주 중이던 크리스탈은 비보를 접한 뒤 급히 귀국해 7일 새벽 빈소에 도착했다. 장례식장 인근에 숙소를 마련하고 머무르며, 발인과 장지까지 함께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1999년 첫 앨범 ‘Day By Day’로 데뷔해 감성적인 R&B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원하고 원망하죠, Mr. A-JO, 우리 무슨 사이야 등 수많은 곡들이 그들의 이름과 함께 기억된다. 팀을 결성하기 전부터 미국 LA에서 교회 성가대를 함께 했던 두 사람은 30년 넘는 우정을 이어온 친구이자 음악 동료였다.

다른 이들의 추모도 이어지고 있다.

애즈원과 오랜 시간 함께 일했던 한 스태프는 SNS를 통해 “10년간 함께했던 민영 언니는 연예인이 아니라 진짜 언니처럼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무엇이든 해보라고 응원해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너무 좋은 분이었기에 함께 애도해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작곡가 윤일상도 SNS에 글을 남겼다. 1999년 애즈원의 데뷔곡 ‘너만은 모르길’을 작곡한 그는 “언제나 유일무이한 아름다운 목소리로 기억하겠다. 함께한 작업은 늘 행복했다”고 추모했다.

이민은 최근까지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싱글 ‘애써’를 발표했고, 지난 6월에는 ‘축하해 생일’, 지난달에는 래퍼 한해, 개그맨 문세윤과 협업한 ‘그대로 있어주면 돼’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소속사 브랜뉴뮤직은 “이민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유가족과 임직원 모두 큰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며 “유가족 뜻에 따라 장례는 조용히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민은 2013년 하와이에서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했다. 그러던 중 지난 5일 자택에서 남편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빈소는 성남시 분당제생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9일 오전 5시 30분, 장지는 용인 평온의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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