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전 한 부부가 이혼했다.
2016년 드라마 ‘블러드’를 통해 만나 연인이 된 구혜선과 안재현은 1년 뒤 결혼하며 ‘연예계 대표 사랑꾼’으로 불렸지만, 2019년 공개적인 갈등과 폭로전 끝에 2020년 7월 공식적으로 갈라섰다.
그로부터 5년. 두 사람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안재현은 배우 활동과 더불어 주얼리 브랜드를 론칭해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구혜선은 대학 수석 졸업 후 카이스트 석사 과정 진학, 벤처기업 창업으로 ‘인생 2막’을 열었다. 각자의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던 시점, 잊혀져가던 과거사가 다시 호출됐다.
방아쇠는 지난 8일 구혜선의 SNS 글이었다. 그는 “이혼 5년을 늘상 뉴스 헤드라인에 박제하고 낙인 찍는 것은 올바른 언론 윤리가 아니다”라며, 같은 업계 종사자를 유추할 수 있는 간접적 언급은 “비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의 소재로 과거사를 활용하는 행위는 당사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이 글은 며칠 전 안재현이 유튜브 채널 조현아의 ‘평범한 목요일 밤’에 게스트로 출연해 했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당시 뮤지가 조현아에 대해 “사건 사고가 많았다. 대외적으로 들춰지지 않은”이라고 설명하자, 안재현은 “나도 있었다”라며 이혼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예상보다 빠르게 번졌다. 그 이유는 구혜선 역시 과거 여러 방송에서 이혼 심경과 근황을 직접 전해왔다는 사실이 다시 회자됐기 때문이다.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KBS1 ‘아침마당’ 등에서 그는 자신의 심리 상태, 생활 변화, 관계에 대한 소회를 솔직하게 밝혀왔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본인도 언급해놓고 남이 하면 문제 삼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반면 일부는 “발언의 맥락과 의도가 다르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번 사안은 두 사람 중 누가 옳은지 따질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의 상처를 다시 꺼내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상처가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서로의 이름이 더 이상 상대를 향한 발언의 맥락에서 소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마침표다. 구혜선은 창작자이자 기업가로, 안재현은 배우이자 디자이너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이제는 서로의 현재와 미래에 집중할 때다. 더 이상 예능 소재나 기사 제목으로 과거가 소비되지 않도록, 당사자와 대중, 언론 모두가 선을 그어야 한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