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오승환(34)이 마무리 투수까지 거머쥘 태세다.
오승환은 23일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시즌 메이저리그 '영원한 라이벌'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 1-3으로 뒤진 7회 초 등판해 3타자를 삼진 1개를 곁들여 가볍게 처리했다. 9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친 평균자책점을 1.14로 떨어뜨렸다.
오승환은 선발투수 애덤 웨인라이트에 이어 7회 컵스의 중심 타선과 맞붙었다. 지난달 19일 리글리필드에서 2실점 후 23일 만에 다시 맞붙은 것이다. 2점 차로 벌어진 상황에서 등판이지만 컵스 타선의 '심장'과 격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승환은 선두 타자 3번 벤 조브리스트를 3구로 3루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볼 3개가 모두 직구였다. 이어 클린업 히터 앤서니 리조는 3루수 땅볼로 막았다. 5번 호르헤 솔레어는 몸쪽에 93마일짜리 직구를 꽂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오승환의 7회 무실점 호투는 경기에 곧바로 반영됐다. 7회 말 오승환 자리에 대타 맷 애덤스가 동점 투런 홈런을 때려 3-3 균형을 이뤘고 9회 말 랜달 그리척의 끝내기 홈런으로 4-3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한편, 오승환은 팀의 마무리 투수로 거론되기 시작됐다. ESPN이 최근 세인트루이스의 최강 마무리 트레버 로즌솔을 대신할 마무리 후보로 오승환을 지명한 것.
ESPN은 '세인트루이스에 오승환과 케빈 지그리스트가 없었다면 로즌솔이 나오지 못하는 날 몹시 고민스러웠을 것'이라며 오승환을 제2의 마무리 후보로 꼽았다.
로즌솔은 23일 현재 16경기에서 2승1패 8세이브 방어율 2.40을 기록했다.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예년에 비해 볼넷이 늘면서 투구수도 늘어났다. 자신있게 정면승부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오승환은 기세등등하다. 패배 없이 1승 6홀드에 방어율 1.14를 기록 중이다. 삼진율에서는 로즌솔과 지그리스트에 비해 뒤떨어지지만 로즌솔(23개)와 지그리스트(25개)보다 훨씬 많은 32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로즌솔이 2개, 지그리스트가 3개의 홈런을 맞았지만 오승환은 아직 단 하나의 홈런도 허용하지 않았다. 동료들의 신임도 두텁고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와도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9연속경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오승환의 마무리 가능성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