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새 역사만 있었을 뿐이다. 세계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와 본 적이 없는 한국 여자양궁이 올림픽 여자 단체전 8연패라는 또 하나의 기념비를 세웠다. 바로 전날 남자 단체전에 이어 여자 양궁 단체전이 대한민국 선수단에 금메달을 하나 더 안겼다. 

장혜진(LH) 기보배(광주시청) 최미선(광주여대)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양궁 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5-1(59-49 55-51 51-51)의 승리를 거뒀다. 8강전 일본과 경기에서 초반 흔들리는 기색이 보였던 한국은 점차 안정감을 되찾으면서 차근히 단계를 밟아 올라갔다. 4강전에서 만난 대만을 상대로는 1세트 6발을 전부 10점 과녁에 맞추는 등 기세 등등하게 승리를 거두고 결승전에 선착했다. 결승전에서는 다소 위험한 상황도 있었다. 마지막 세트에서 동점이 이뤄진 가운데 러시아의 한 발이 8점이냐 9점이냐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갔다. 끝내 8점으로 인정되면서 한국이 금메달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이날 경기장은 전날 남자 단체전 당시와는 달리 흐린 날씨에 전날보다 강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의 영향때문인듯 다른 나라의 선수들은 한 두발씩 8점 밖으로 벗어나는 실수를 저지르곤 했는데 한국 세 명의 여궁사들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 여자양궁은 이번 리우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올림픽 8연패라는 대단한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을 시작으로 지난 28년동안 세계 최정상의 자리는 늘 한국이었다. 긴 시간이 지나도록 한국 여자양궁은 끊임없이 새로운 강자들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면서 최강의 실력을 대물림해왔다. 그사이 한국 양궁은 다른 나라들이 보고 배워야할 만큼 체계적이고 단단한 훈련시스템을 쌓았고, 그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했다. 올림픽 8연패를 하는 동안 특정 선수의 영웅적인 활약에 기대온 것이 아니라 매번 대회마다 계속해서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했다.

지난 2012년 런던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기보배는 이번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이 종목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역대 한국 양궁의 올림픽 도전사에 두 번의 올림픽에서 연달아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것은 김수녕(1988, 1992) 뿐이었다. 김수녕은 이후 2000년 시드니 대회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며 가장 많은 단체전 3회 우승을 기록하고 있다. 기보배가 김수녕에 이어 2연속 단체전 금메달을 딴 ‘2호’선수가 됐다.  

한국 양궁이 남녀 단체전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따내면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초반 금메달 레이스에 힘을 실었다. 남자 단체전의 금메달은 이번 대회 한국의 첫 금메달이었고, 여자 단체전에서도 여지없이 금메달을 추가했다. 양궁이 괜히 올림픽 ‘효자종목’으로 불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더불어 단체전 금메달 행진으로 대회 전 종목 석권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오는 12일과 13일 이어지는 남녀 개인전에서 각각 금메달을 획득하게 된다면 양궁종목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모두 차지하게 된다. 올림픽 양궁 전 종목 석권은 여지껏 한국을 비롯해 그 어떤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로, 진정한 세계 최강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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