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사격 유도 레슬링으론 한계가 있다.

2016 리우 올림픽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한국 선수단이 ‘메달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내 10위 안에 든다는 ‘10-10’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진 게 현실이다. 한편으론 몇 종목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국내 스포츠 저변및 경쟁력이 탄로났다고 할 수도 있다. 다양한 종목에서 재능 있는 선수들을 길러내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흘간 동메달 하나 뿐…종합 10위에서 밀렸다 
한국은 폐막을 닷새 앞둔 17일 낮 12시(한국시간)까지 금메달 6개와 은메달 3개,동메달 5개를 거둬들여 종합 1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2일 양궁 남자 개인전 구본찬이 조국에 6번째 금메달을 안길 때만 해도 한국은 5위에 오르며 ‘10-10’ 사수에 큰 문제가 없는 듯 했다. 그러나 레슬링과 배드민턴에서의 연이은 부진으로 나흘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5㎏급 김현우의 동메달 하나 수확에 그치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반면 나흘 전 한국보다 뒤에 있던 프랑스와 네덜란드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차곡차곡 메달을 쌓으면서 이젠 11위까지 밀린 상황이 됐다. 
남은 일정 중 한국이 금메달을 딸 만한 종목은 태권도 5체급과 골프 여자 개인전 뿐이다. 이 종목에서 금메달 4개를 따내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꽤 불투명한 게 현실이다. 아울러 1984 로스앤젤레스(LA)대회 이후 최소 메달에 그칠 위기도 맞았다. 한국은 금1 은1 동4을 거머쥔 1976 몬트리올 대회 이후 매 대회마다 10개 이상의 메달을 따냈다. 1984 LA 올림픽에서 금6 은6 동7로 총 19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장족의 발전을 이뤘고 1988 서울 올림픽부턴 적게는 27개, 많게는 33개의 메달을 기록하며 고른 경기력을 뽐냈다. 리우 올림픽에선 32년 전 LA 올림픽보다 적은 메달을 손에 쥐고 돌아갈 수도 있다. 

◇“올림픽 평준화”…우리 것을 빼앗겼지만 남의 것을 못 빼앗았다
조영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17일 리우 현지에서 “한국 선수단이 부진해서 죄송하다”고 밝힌 뒤 “세계적인 평준화 현상이 그 이유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 총장의 말처럼 리우 올림픽에선 중소국가들의 약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17일까지 금메달 한 개 이상을 획득한 국가가 53개국인데 베트남과 코소보 피지 싱가포르 푸에르토리코가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육상 수영 등 기초종목부터 이변이 곧잘 일어나는 형국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유도와 배드민턴 사격에서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거나 가장 최근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던 선수들이 고배를 마셨다. 한국 선수들도 기대하지 못했던 곳이나 다크호스 등에게서 메달이 터져야 하는데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을 제외하고 깜짝 메달이 나오질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 것을 빼앗겼음에도 남의 것을 뺏지 못한 것이 금메달 수와 총 메달 수가 줄어든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양궁에서 사상 처음으로 4개 전종목 싹쓸이를 일궈냈으나 양궁 일정이 끝나자 금맥이 막힌 점은 한국의 아킬레스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이빙-사이클-카누…아시아 다른 나라들이 해내고 있다 
결국 새로운 메달밭이 늘어나야 한국 스포츠도 향후 올림픽에서 안정적으로 롱런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16일까지 한국이 챙긴 메달 14개는 양궁과 사격 펜싱 유도 역도 등 한국이 수 차례 올림픽에서 메달을 수확했던 종목이다. 새로운 메달밭을 발굴해야 ‘올림픽 평준화’ 속에서 한국도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각국이 펼치고 있는 약진은 한국에도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종목에서 동양 선수들도 조금씩 선전하고 있다. 중국이 육상 남자 세단뛰기에서 동메달을 따고 말레이시아가 다이빙과 사이클 트랙에서 각각 은메달,동메달을 손에 넣었다. 싱가포르의 조셉 스쿨링이 마이클 펠프스를 따돌리며 수영 남자 접영 100m에서 우승한 것이나 일본이 카누 슬라롬에서 동메달을 손에 넣은 것 등도 좋은 예다. 한국이 취약하다고 꼽히는 종목에서도 좋은 재목을 발굴해 지원하면 올림픽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종목은 대부분 힘보다는 기술 배양이나 꾸준한 연습을 통해 세계 정상권에 근접할 수 있는 종목들로 지목받고 있다. 

기초 종목이나 우리의 전통적인 취약 종목 메달 공략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 스포츠는 1980년대 일본처럼 최근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이 통합하는 과정 속에 있다. 당분간은 엘리트체육이 진통을 겪으면서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지만 이 시기를 겪고 나면 보다 많은 종목에서 저변이 넓어지고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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