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한령(禁韓令·한류 금지령)의 여파는 어느 정도일까.

최근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 한류 콘텐츠의 방송 및 온라인 유통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되고,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 제한이 가시화되면서 금한령에 대한 공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 본토보다 조금은 자유로운 분위기인 홍콩에서 5년째 열리는 케이블채널 엠넷 음악 시상식 ‘2016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이하 MAMA)’도 개최전부터 여러가지 우려가 터져나왔다. 실제로 홍콩에서 MAMA를 통해 K팝과 한류 그리고 금한령의 현실을 지켜봤다.

◇MAMA 속 K팝과 한류, 여전히 뜨겁다 
금한령이라는 악재 속에서 열린 MAMA지만 열기는 공항에서부터 뜨거웠다.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는 입국하는 K팝과 한류 스타를 보기 위해 수 많은 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입국장은 물론 주차장 앞까지 수백명의 팬들이 모여 스타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았다. 그 열기는 2일 시상식이 열린 홍콩 아시아 월드엑스포까지 이어져 수만명의 팬들이 운집하며 K팝과 한류를 향한 애정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비단 시상식 뿐만 아니라 한류 스타가 모델로 나선 기업들이 참여한 ‘중소기업 동반진출 컨벤션’에도 많은 팬들이 모이며 K컬처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K팝 대표 아티스트들이 심혈을 기울인 공연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무대가 펼쳐진 시상식은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약 1만1000여 명의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티켓은 시상식 일주일전에 모두 매진된 가운데 공연이 펼쳐지는 가운데도 콘서트장 밖에는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이 넘쳐나며 그 인기를 실감했다. 앞서 재키찬, 곽부성, 유덕화, 주윤발 등이 등장했던 MAMA는 금한령을 이유로 중국어권 스타의 참석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명, 왕대륙, 오영결 등이 시상자로 나서며 우려를 불식시키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홍콩 시내, 한류의 열기 찾아 보기 힘들어 
K팝 별들의 무대로 뜨거웠던 공연장과 달리 홍콩 시내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아시아 최대 음악 축제를 자랑하는 MAMA 관련 포스터는 공항에서는 볼 수 있었지만 시내에서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들었다. MAMA 뿐만 지난해까지만해도 한류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장식했던 대형 광고물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여전히 몇몇 한류스타들의 광고를 찾을 순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았다. 반면 그룹 ‘X재팬’ 리더 요시키의 피아노 공연이나 일본 국민배우 와타나베 켄이 출연한 일본 영화 ‘분노’ 등의 포스터와 일본 기업의 광고물은 지하철과 쇼핑몰 등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장소에 노출되어 있었다. 특히 한 소극장 코미디 공연은 욱일 승천기 모양의 포스터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금한령과 직접 연관된다고 할 순 없지만 MAMA 역시 그 영향에서 벗어나진 않았다. 올 MAMA에서는 2014년과 2015년 홍콩 시내 쇼핑센터에서 진행됐던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2C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 중소기업 43개가 참여한 ‘프리위크’ 행사는 ‘K팝 커버댄스 공연’, K팝 아티스트의 공연이 펼쳐지며 나흘동안 7만여명이 다녀가며 성황리에 진행됐다. 온라인 투표수는 7900만건을 돌파했고 45개국에 동시 생방송되었고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전세계에서 즐길 수 있는 MAMA지만 정작 중국 내 방송사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생중계는 이뤄지지 못했다. 관계자는 “행사 당일까지 중국 내 방송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생중계가 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위기 맞이한 K팝과 한류, 경쟁력 가진 콘텐츠를 찾아야 
금한령 소식은 홍콩에서 만난 현지인들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한국에 이어 홍콩에서 6년째 거주중인 독일 출신 무역업 종사자는 “중국 내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제재와 위기설은 다 알고 있다. 여전히 다양한 사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TV에서나 방송 콘텐츠가 줄어든 것도 확연히 보인다. 그나마 덜 제한적인 홍콩에서도 체감하고 있는데 본토에서는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비단 금한령 뿐만 아니라 홍콩에서 현지인들은 K팝과 한류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시했다. K팝에 대해서는 하나의 장르로 발전하기보다는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선호도로 설명하기도 했다. 홍콩 태생으로 캐나다에서 유학을 마치고 온 한 금융업계 종사자는 “MAMA가 열리는지는 몰랐다”면서 “K팝 아티스트 중 빅뱅을 좋아한다. 홍콩에서는 빅뱅과 엑소 등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정도다. 몇몇 한국 아티스트를 눈 여겨 보기는 하지만 계속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결국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고 설명했다.  

또 K팝에 이어 한류를 대표하던 드라마도 ‘별에서 온 그대’ 이후 한풀 꺾인 모양새다. 홍콩서 5년째 체류중인 한국인 최모씨는 “K팝보다는 드라마가 일반 대중에게 더 큰 영향력과 관심이 있다. ‘별에서 온 그대’는 드라마 인기 뿐만 아니라 치맥 등 다양한 산업과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그 정도로 눈에 띄거나 영향을 미치는 작품은 보이지 않는다”며 달라진 현상을 알렸다. 

사진|2016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가 2일 홍콩에서 성대하게 열리고 있다. CJ E&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