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생 황금개띠, '덤보' 전인지(24)가 날개를 달았다. 지난 1년간 비워있던 모자에 메인 스폰서 로고를 새기고 새 시즌을 맞이하게 됐기 때문이다.

전인지는 지난 12월 말 KB금융그룹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관례상 계약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센티브를 포함해 2년간 15억원에서 20억원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전인지의 도전정신과 뜨거운 열정을 오랫동안 지켜봤다"며 "이번 후원을 통해 전인지가 지금보다 더욱 안정적인 훈련을 받고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인지로서는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여자골프 명예의전당에 입회한 박인비를 대체할 주축 선수가 필요했던 KB금융그룹에게도 전인지만한 적임자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어서 제대로 된 만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로고 없는 지난 1년에 대해 전인지는 평소 "메인 스폰서가 없다는 걸 종종 잊어버릴 만큼 의식하지 못했다"고 말해왔지만 톱 스타로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인지 이번 스폰서 계약을 두고 전인지는 "날개 하나를 더 달았다는 느낌"이라며 반겼다. 또 "2018년은 아픈 데 없는 건강한 몸에 든든한 스폰서까지 생겨 기대가 크다. 운동선수라면 목표는 늘 우승 아니냐"며 새로 시작될 시즌에 기대감을 보였다.

사실 지난 시즌은 전인지에게 성과도 있었지만 아쉬움이 더 컸던 해였다. 성적만 놓고 보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상금랭킹 11위(125만 달러)와 평균타수 3위(69.41타), 세계랭킹 5위로 시즌을 마쳤으니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전인지라는 상품 가치에 비해 기대에 다소 못미쳤고 무엇보다 우승 트로피를 하나도 손에 넣지 못했던 것이 뼈아팠다. 2015년 US여자오픈으로 LPGA 직행 티켓을 손에 준 뒤 2016년 미국에 진출해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만해도 전인지의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후 더 이상의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대신 준우승만 무려 다섯 번이나 하며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렸다. 흔들릴 법도 하지만 이에 대해 전인지는 "선수니까 우승없는 게 아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돌이켜보면 얻은 게 많은 시즌이었다. 내가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자양분을 얻었다"고 오히려 스스로를 다졌다.

든든한 스폰서 계약으로 날개를 단 전인지는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그동안 경기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어깨 부상 후유증과 허리 통증이 사라지면서 자신감도 커졌다. 그는 거의 해마다 겨울에는 늘 부상 때문에 고생했는데 이번 겨울을 통증없이 보내고 있어 느낌이 좋다.

후원계약과 평창올림픽 성화봉송, 팬미팅, 봉사할동 등 바쁜 연말을 보낸 전인지는 3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출국해 본격적인 겨울 훈련에 돌입한다. 한 달 가량 훈련한 뒤 훈련 성과를 봐가며 올해 첫 대회를 어디서 치를지 결정할 계획인데 2월15일 시작하는 호주여자오픈이 시즌 첫 대회로 유력하다. 팬들은 날개를 단 전인지가 지긋지긋했던 준우승 징크스를 깨고 아기 코끼리 덤보처럼 훨훨 날아오를 것을 기대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는 60년만에 돌아오는 무술년 황금 개띠 해다.

유인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