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5일(한국 시간)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 US뱅크 스타디움에서 제52회 NFL(북미식축구리그) 슈퍼볼이 벌어진다. 이른바 수퍼 선데이다. 풋볼 광팬들은 수퍼볼이 끝난 다음 날인 월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수퍼 선데이는 미국인들에게 각별하다.
올 슈퍼볼은 AFC( American Football Conference) 챔피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NFC(National Football Conference) 챔프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재격돌이다. 두 팀은 2005년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벌어졌던 2005년 제39회 슈퍼볼에서 만난 적이 있다. 패트리어츠가 24-21로 이글스를 눌러 통산 두 번째 슈퍼볼 정상을 차지했다. 패트리어츠는 올 수퍼볼까지 통산 10차례 진출에 5차례 우승에 성공했다. 이글스는 올해 3번째 진출이고 우승 반지는 없다.
뉴잉글랜드(NE)의 통산 10번째 수퍼볼 진출은 역대 최다 기록이다. 피츠버그 스틸러스, 댈러스 카우보이스, 덴버 브롱코스 등이 8회 진출로 이 부문 공동 2위다. 올해 우승할 경우 피츠버그의 최다 우승 6회와 타이를 이루게 된다. 라스베거스 도박사들은 패트리어츠의 5점 차 우세를 점치고 있다. NE는 현재 NFL 최고 팀이다. NE는 보스턴 시와 북동부 지역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2002년부터 2017년까지 15년 동안 수퍼볼 8회 진출 및 5차례 우승과 함께 명문 구단으로 도약했다.
명문 구단 도약의 비결은 로버트 크래프트 구단주, 빌 벨리칙 감독, 톰 브래디 쿼터백의 삼위일체에서 비롯됐다. 크래프트 구단주가 구단을 매입하기 전 NE는 보잘 것 없는 팀이었다. 보스턴 지역에서도 인기가 없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보스턴 프랜차이즈 최고 팀은 NBA 셀틱스였고 2위 MLB 레드삭스, 3위 NHL 브루인스, 4위가 NE 패트리어츠였다. 인기가 시들어 프랜차이즈를 세인트루이스로 옮기려는 시도도 했다.
사업가 크래프트(76)는 보스턴 인근 브루클라인 태생으로 하버드대 MBA 출신이다. 구단을 매입하기 전에도 NE 골수 팬으로 시즌티켓 소유자였다. 1994년 크래프트는 당시로 스포츠 구단 최고가인 1억7200만 달러(약 1836억9600만 원)에 매입했다. 지금 NE의 가치는 37억 달러(3조9516억 원)로 상승했다. 24년이 흐른 지금 무려 21.5배나 뛰었다. 부동산 가격도 이렇게 뛰지는 않는다. NFL 32개 구단 가운데 가장 비싼 구단인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48억 달러(5조1264억 원)에 이어 2위다.
NE의 슈퍼볼 우승은 크래프트의 투자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벨리칙 감독(65)과 쿼터백 브래디(40)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벨리칙은 2000년 코치를 역임했던 NE에 감독으로 복귀했다. 당시 NE의 주전 쿼터백은 1993년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지명됐던 워싱턴 주립대 출신 드류 블레드소였다. 블레드소는 지난 22일 AFC 챔피언십 때 NE의 명예 주장으로 트로피를 증정했다.
명문 미시건대를 나온 브래디는 2000년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전체 199번으로 지명됐다. 그보다 앞서 지명된 쿼터백이 6명이다. 6명 가운데 슈퍼볼에 진출한 쿼터백은 한 명도 없다. 브래디가 뒷 순위로 지명된 이유는 운동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발이 느리고 순발력, 민첩성, 점프 등 드래프트 전 체력 테스트에서 하위권이었다. 그러나 브래디는 프로에 맞는 쿼터백이었다. 2001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주전 블레드소의 부상으로 주전을 꿰찬 브래디는 이후 NFL 역대 최고 쿼터백으로 자리매김했다. 쿼터백의 슈퍼볼 우승 5회는 역대 최다다. 슈퍼모델 지젤 번천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브래디는 올 슈퍼볼에는 최고령 쿼터백으로 출전하는 진기록도 수립하게 된다. 문상열 LA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