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다. 대형계약이 구단에는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당장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도 아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36)에게 있어 트레이드 루머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어느덧 스토브리그 단골메뉴가 됐다. 오프시즌만 되면 추신수의 트레이드를 예상하는 기사가 꾸준히 나온다.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몇 주 전에는 시즌 중 애리조나 선발투수 잭 그레인키와 트레이드가 논의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앞으로 2년 동안 4200만 달러를 받는 추신수와 3년 동안 애리조나에서 1억450만 달러를 받는 그레인키가 유니폼을 바꿔 입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텍사스와 애리조나가 나이도 비슷하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기량도 하향세를 탈 가능성이 높은 두 선수를 교환해 약점을 메운다는 복안이었다.
추신수와 그레인키의 트레이드가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형태의 트레이드 시나리오가 또 나왔다. 지난 27일 MLB닷컴은 정신나간 트레이드 5가지를 제안하며 추신수와 샌프란시스코 선발투수 제프 사마자의 트레이드를 설명했다. 사마자는 앞으로 2년 동안 3960만 달러를 받는다. 2018시즌 부상으로 10경기 출장에 그쳤고 1승5패 방어율 6.25로 부진했지만 2015시즌부터 2017시즌까지 3연속 시즌 2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사마자가 부상에서 회복해 정상적으로 2시즌을 보낸다고 가정하면 이닝이터가 필요한 텍사스 입장에선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결국 추신수의 트레이드 형태는 두 가지로 나뉠 게 분명하다. 첫 번째는 그레인키, 사마자처럼 고연봉자끼리 바뀌는 모양새고 두 번째는 텍사스가 추신수의 연봉을 보조하면서 젊은 선수들을 얻는 구조다.
지난겨울까지 추신수 트레이드 시나리오의 대다수는 후자였다. 하지만 추신수가 2018시즌 현역 최다 연속출루 기록을 세우고 올스타로도 선정되면서 이전보다 가치가 올랐다. MLB닷컴은 "텍사스 입장에선 추신수를 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라며 추신수의 2018시즌 중반 활약이 연봉보조 없는 텍사스와 추신수와 완전한 이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실 대다수의 FA(자유계약선수) 대형계약자가 추신수와 바슷한 상황에 처한다. 2013년 겨울 추신수와 함께 FA 시장에 나왔던 외야수 자코비 엘스버리 또한 스토브리그 단골메뉴다. 엘스버리는 5년 전 양키스와 7년 1억5300만 달러 보장 계약을 체결했다. 전형적인 1번 타자로 활약했던 엘스버리는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후 도루가 급감했고 2018시즌에는 부상으로 인해 단 한 경기도 소화하지 못했다. 이미 외야진이 꽉찬 양키스는 수시로 엘스버리의 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으나 트레이드가 쉽지 않다.
2013년 겨울 시애틀과 10년 2억4000만 달러 초대형 계약을 맺은 로빈슨 카노 또한 현재 트레이드 시장 매물로 올라있다. 리빌딩을 천명한 시애틀은 카노 대형계약의 부담을 덜기 위해 여러 팀과 협상테이블을 차리고 있다. 2018시즌 세이브 부문 1위에 오른 에드윈 디아즈까지 카노 트레이드에 포함시키며 선수단 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메이저리그는 다음 달 9일부터 라스베가스에서 윈터미팅을 진행한다. 30개 구단 단장을 비롯한 고위임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가운데 트레이드 논의 또한 활발하게 이뤄진다. 추신수를 비롯한 대형계약자의 이동도 윈터미팅 전후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