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샘 어린 조롱에 일격을 가한 우승이어서 더욱 통쾌했다.
한때 타이거 우즈의 스윙 코치를 맡았던 행크 헤이니(64)는 지난달 29일 PGA 투어 라디오에서 US여자오픈을 전망하면서 "베팅을 건다면 한국 선수에게 걸겠다"면서 "이름을 밝힐 필요가 있다면 이(Lee)씨 성을 갖고 있다. 이름은 말할 수 없다"면서 "LPGA투어에 같은 이름 선수가 많지 않느냐"며 동명이인이 즐비한 한국 선수를 언급했다.
함께 방송한 스티브 존슨이 "이 1호, 2호, 3호가 있다. 몇 주전 리더보드엔 6호가 있었다"면서 맞장구쳤다. '핫식스' 이정은을 겨냥해서 한 말로 풀이된다. 미셸 위는 헤이니의 말에 "인종차별과 성차별은 웃을 일이 아니다"면서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헤이니는 SNS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방송에서 퇴출됐다. 우즈도 "합당한 징계를 받았다"면서 그를 꾸짖었다.
정작 이정은은 헤이니 발언을 전혀 알지 못했다. 현지 미디어가 헤이니 발언에 대해서 언급했지만 이정은은 오로지 US여자오픈에만 집중했다. 마침내 2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파71·6535야드)에서 끝난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 달러)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0타를 기록했다.
전날까지 공동 선두 셀린 부티에(프랑스)와 류위(중국·이상 7언더파 206타)에게 2타 뒤진 5언더파 208타 단독 6위에 매겨졌던 그는 선두권 선수 중 이날 유일하게 언더파 활약을 펼쳤다. 1~4라운드 합계 1언더파 278타로 에인절 인, 렉시 톰슨, 유소연(이상 4언더파 280타)을 2타 차이로 따돌리고 역전우승했다.
이정은은 US여자오픈을 제패한 10번째 코리안 시스터스가 됐다. 지난 1998년 박세리를 시작으로 김주연(2005) 박인비(2008·2013) 지은희(2009) 유소연(2011) 최나연(2012) 미셸 위(2014년) 전인지(2015) 박성현(2017)의 계보를 이었다. 한국 국적 선수로는 10번째, 한인 선수로는 11번째 US여자오픈 우승이기도 하다.

김용일기자 <관계기사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