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10년간 출전권까지 

"지금까지 우승했던 다른 대회와 느낌이 다르다."
'핫식스' 이정은(23)은 뜨겁게 울었다. 꿈에 그리던 LPGA 투어, 그것도 꿈의 메이저로 불리는 US여자오픈에서 데뷔 첫승을 따낸 그는 이 한 마디로 자신의 감정을 대변했다.
이정은은 2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파71·6535야드)에서 끝난 제74회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 달러)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0타를 기록하며 합계 1언더파 278타로 에인절 인, 렉시 톰슨, 유소연(이상 4언더파 280타) 등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역전우승했다.
전날까지 공동 선두 셀린 부티에(프랑스)와 류위(중국)에게 2타 뒤진 6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이정은은 먼저 라운드를 마치고 부티에가 최종 18번 홀을 남겨둔 상황에서 1타 뒤져 있어 우승이 확실치 않았다.
그런데 부티에가 마지막 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면서 이정은의 우승이 확정됐다. 그는 혹시 모를 연장 승부에 대비해서 연습 그린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 마침내 우승이 확정되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시상식에서 "최종 16번, 17번, 18번 홀에서 너무 긴장을 해서 보기(2개)가 나왔다"며 "그래도 전반 홀에서 잘 해서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1번 홀(파4)에서 보기가 나왔다. 그러나 2번 홀(파4)에서 곧바로 버디로 만회했다.
이후 파 행진을 벌이다가 후반 홀서부터 버디 사냥에 나섰다. 10번 홀(파4)에서 세컨드 샷이 러프에 빠졌지만 세 번째 샷이 홀컵 깃대에 맞고 흘렀고 파로 막았다. 이번 대회 가장 어려운 코스로 불리는 11번 홀(파3)에서도 티샷을 핀 7피트 가까이 붙이면서 또다시 버디를 해냈다. 12번 파(4)에서도 5피트 버디 퍼트에 성공, 연속 버디를 잡았다.
이어 15번 홀(파5) 버디를 잡으면서 순항했다. 하지만 최종 3개 홀에서 긴장한 나머지 보기 2개가 나왔다. 16번 홀(파4) 보기에 이어 18번 홀(파4)에서도 티샷이 러프에 빠졌고 13피트 거리의 파 퍼트까지 놓치면서 보기를 범했다. 그만큼 우승에 대한 부담이 컸다.
하지만 부티에가 18번 홀 더블보기로 무너지면서 꿈에 그리던 메이저 퀸이자 데뷔 첫승이 현실이 됐다. 이정은은 "샷 감이 괜찮아서 버디 기회가 많이 왔다. 항상 1번 홀 보기했을 때 마무리가 좋았던 기억이 있다"며 "(오히려)보기를 하고 시작한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우승한 어느 대회보다 정말 느낌이 다르다. 골프를 했던 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많이 났다"면서 참았던 눈물을 다시 쏟았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