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창모-라이스

누구든 5월 최고 선수로 선정되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MVP는 한 명 뿐이다. 굵직한 5월을 보낸 NC 구창모(23)와 LG 로베르토 라모스(26)가 치열한 투표전을 예고하고 있다.
둘다 지난 한 달 동안 환상적인 숫자를 남겼다. 구창모는 평균자책점(0.51), 다승(4승), 탈삼진(38개) 부문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5월 다섯 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이닝(35)과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 5회) 부문에서도 1위다. 송곳처럼 꽂히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커브까지 네 구종으로 가장 낮은 피안타율(0.105)도 기록하고 있다. 21세기 류현진.김광현.양현종의 뒤를 잇는 특급 왼손 에이스로 우뚝 섰다. 예고된 일이다. 신예시절부터 많은 야구인들이 구창모의 성공을 예상했다. NC를 지휘했던 김경문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박용택도 언젠가는 '구창모의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김 감독은 구창모를 두고 "창모는 팔의 각도와 스윙 속도가 정말 좋다. 따라한다고 따라할 수 없는 투구 메카닉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창모는 투구시 마지막 순간까지도 오른쪽 어깨로 공을 감춘다. 이후 빠른 팔스윙으로 타자들에게 여유를 주지 않는다. 투구에 앞서 오른 다리를 접는 동작도 엇박자로 이뤄지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는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패스트볼 구속 또한 140㎞ 중후반대에서 형성된다. LG 박용택은 2017년 "국내 왼손 투수 중 타이밍을 잡기 가장 힘든 투수는 구창모다. 분명 더 크게 될 투수"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김 감독 또한 당시 구창모에게 10번의 선발 등판 기회를 보장하며 일찌감치 구창모가 NC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서는 그림을 그린 바 있다.
지난해 부상으로 인한 대표팀 낙마는 구창모에게 성장동력이 된 모양새다. 2019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10승)과 3점대 평균자책점(3.20)으로 선발진의 한 축이 됐던 구창모는 허리 피로 골절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포스트시즌과 국제대회 프리미어12 출전도 무산됐다. 몸관리의 중요성을 체감한 그는 시즌 종료와 동시에 훈련에 돌입했다. 자신 만의 루틴을 확립하며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꾸준하게 마운드에 오를 것을 다짐했다. NC 이동욱 감독은 "이제 창모에게는 특별히 조언할 게 없다. 스스로의 길을 잘 가고 있다"며 구창모를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왼손타자 라모스는 LG 외국인타자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을 기세다. 빅리그 경험은 없지만 누구보다 절실하게 한국무대 성공을 응시했고 연일 대포를 쏘아올린다. 역대 LG 타자중 가장 빠른 21경기 만에 10홈런 고지를 점령한 라모스는 현재 홈런, 장타율(0.831), OPS(1.264) 부문에서 나란히 리그 정상에 올랐다. 힘과 정확성, 선구안까지 두루 갖춘 결과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제외한 모든 코스를 홈런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스윙 메카닉을 지녔고 좀처럼 유인구에 배트가 나오지 않는다. "내 목표는 홈런이 아닌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는 다짐을 타석에서 뚜렷하게 펼쳐보인다.
라모스의 맹활약은 김현수, 채은성 등 함께 중심타선을 이루고 있는 선수들은 물론 타선 전체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라모스를 중심으로 LG는 각종 팀 타격지표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상대 마운드에 폭격을 가하며 짜릿한 역전승 혹은 마운드의 부담을 더는 완승을 거둔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자가격리 후유증을 겪었고 마무리투수 고우석이 부상으로 이탈했으나 막강 화력으로 승리를 쌓는 LG다.
구창모의 NC, 라모스의 LG는 각각 1, 2위로 순위표 최상단에 올랐다. 2017년 양현종, 2018년 김광현, 2019년 이영하 등 굵직한 활약을 펼친 토종 에이스들은 나란히 소속팀을 정상으로 올렸다. 외국인 원투펀치까지 특급 선발투수 3명을 보유한 팀은 페넌트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다.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인 박병호, 김재환, 최정, 제이미 로맥 또한 소속팀을 상위권에 올려놓았다. 구창모와 라모스의 활약이 가치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의 활약이 상위권을 유지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NC와 LG가 두 경기 차이로 질주하는 가운데 구창모와 라모스 중 누가 5월 MVP로 우뚝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5월 최고선수는 2일부터 6일까지 기자단과 팬투표 결과로 선정된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