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여진구가 JTBC 금토드라마 ‘괴물’로 연기자로서 전환점을 맞았다.

배우로서 연기호평만큼 기분 좋은 칭찬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괴물’은 여진구에게 더없이 특별한 작품이다. 사건과 연계된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낸 드라마에서, 경위 한주원을 연기한 여진구는 극단의 감정을 밀도 높게 그려낸 연기로 매 순간 빛을 발했다. 작품을 마친 여진구는 이같은 칭찬에 쑥쓰러워 하면서도 “많은 분들이 좋은 얘기를 해주셔서 제 연기에 대해 저 스스로도 조금은 믿게 됐다”고 했다.

‘괴물’은 폐쇄적인 지역사회 ‘만양’이라는 도시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을 이동식(신하균 분)과 한주원이 추리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마지막회에 자체 최고 시청률 6%(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드라마의 인기 비결에 대해 그는 “만양이란 장소, 배우들의 열연도 있었지만 감독님의 연출도 세련됐다. 감정 몰입도를 높이는 음악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하나하나 조합이 다 좋지 않았나 싶다. 함께 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고 특별한 작품이다”라고 되돌아봤다.

신하균과의 시너지도 대단했다. 한주원과 이동식은 서로를 의심하고 도발하는 치열한 신경전으로 흥미진진한 전개를 이끌어나간다. 두 사람의 케미는 탄탄한 서사와 드라마 특유의 분위기와 잘 버무러지며 더욱 탄력을 얻었다. 신하균에 대해 여진구는 “선배님이 이동식을 어떻게 그려내실지 궁금했다. 감탄스러운 연기를 직접 눈으로 봐서 그것만으로도 강의를 받는 기분이었다. 매현장이 끊임없는 자극의 연속이었고 주원이란 역할을 만들고 연기함에 있어 선배님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다른 작품에서 재회하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여진구가 이번 작품을 되돌아보며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믿음’과 ‘확신’이었다. 끊임없는 작품으로 시청자와 만나온 여진구지만, 최근 그의 가슴 한켠에는 연기에 대한 ‘물음표’가 있었다. 그는 “제게 ‘괴물’은 ‘내가 드디어 전환점을 돌았구나’하는 확신을 갖게 해준 작품이다. ‘내가 맞나?’ ‘이렇게 연기하면 되는건가?’ 스스로에 대한 물음표에 ‘괴물’을 통해 부족하지만 조금은 알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진구는 2005년 아역 배우로 데뷔해 어느덧 연기 16년차가 됐음에도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이 되어 연기하는게 재밌고 즐거웠는데, 한동안은 연기가 많이 어려웠다. 사람의 감정을 풀어서 이해하고 표현해야 한다는게 힘들었고 현장에 가기도 무서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스스로의 연기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망설이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간들을 지나 ‘괴물’로 자신만의 연기 감을 갖게 됐다는 여진구다.

“tvN ‘왕이 된 남자’ 때부터 ‘내가 이렇게 연기 해도 될까?’라는 물음표가 생겼다. 제가 그간 해온 연기에 대한 믿음을 처음으로 의심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그 물음은 tvN ‘호텔 델루나’를 통해 더 커졌고 점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졌다. 그래서 얼른 30대가 왔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괴물’을 통해 예상보다 빨리 저를 더 믿을 수 있게 돼 너무 꿈같고 행복하다.”

감을 찾은 여진구는 앞으로 연기를 더 즐기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기대하는 30대의 여진구는 어떤 모습이냐고 묻자 “으아! 그러게요”라고 웃은 여진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즐기고 있었으면 좋겠다. 연기적인 아이디어도 샘솟고 제 나이 또래 후배들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고 자극 줄 수 있는 선배가 됐으면 좋겠다. 또 주변 배우들에게도 항상 작업하고 싶은 배우이고 싶다”고 답했다.

현재 쉬면서 차기작을 검토 중인 여진구는 배우가 아닌 ‘사람 여진구’를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더 좋은 작품과 연기로 찾아오겠다고 약속한 그는 “많은 분들께 칭찬받는 것도 좋지만, 행여 비판을 받더라도 장르적인 도전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 장르 제한 없는 ‘올라운더’ 배우가 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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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제이너스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