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연장 끝 우승
미국 제외한 '투어 200승 달성', 韓 유일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승수' 기록

"내가 200승째를 거둔 것은 행운이자 영광이었다."
고진영(26)이 무서운 뒷심을 발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국 골프 역사를 새롭게 썼다.
24일 부산시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부산(파72ㄱ6726야드)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최종라운드가 열렸다.
고진영은 공동 2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다. 3라운드까지 임희정에게 4타 차이로 뒤져있었지만, 고진영은 이날 8개의 버디를 몰아쳤다. 반면 임희정은 4개의 버디만 추가해 결국 연장전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연장전에서 고진영은 공을 1m 가까이 홀에 접근시키며 우승을 예고했다. 하지만 임희정은 홀에 5m 떨어진 곳에 공을 떨어뜨렸다. 보기를 기록한 임희정에게 반해 고진영은 특유의 침착함으로 공을 홀에 넣으며 버디를 기록, 우승을 확정했다.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대회 최저타수(64타) 신기록도 세우며 우승했다.
이번 승리는 고진영 개인은 물론 한국 골프사에 의미가 깊은 승리였다.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투어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고진영이 우승함으로써 1988년 구옥희가 첫 승을 기록한 후 33년 만에 한국인 선수 통산 200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고진영은 "내가 200승째를 거둔 것은 행운이자 영광이었다. 주인공이 돼서 너무 기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LPGA 통산 200승은 '살아있는 전설' 박세리가 일군 25승을 비롯해 박인비의 21승, 김세영의 12승, 신지애의 11승, 고진영의 11승 등 한국 골퍼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내 값진 결과물이다. 
자국 투어인 미국을 제외하고 LPGA투어에서 200승을 달성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과 한국 외에는 100승을 채운 나라도 스웨덴의 118승이 유일하다. 스웨덴은 혼자 72승을 따낸 애니카 소렌스탐을 앞세워 미국과 한국 다음으로 많은 승수를 거뒀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2012년 8월 유소연이 제이미파 톨리도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100승을 채웠다. 이후 9년 사이에 100승을 추가하며 200승을 채웠다. 한국은 가장 짧은 시간(9년)에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한 나라가 됐다. 골프의 본고장인 미국도 같은 기간 동안 67승밖에 따내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위업이다.
고진영은 올해 8월에 열린 도쿄올림픽을 전후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 7월 VOA 클래식과 지난달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 이어 이번 달 11일에 열린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했다. 이번에 우승을 추가하며 올시즌 4승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고 있다. 
4승은 고진영이 2019년에 세운 기록과 같지만 아직 대회가 남아 있어 승수 추가도 가능하다. 고진영은 "미국에서 2번의 대회가 남았다. 한국에 일주일 정도 머물며 스윙을 체크하고 컨디션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계랭킹도 1위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 전까지 넬리 코다에게 뒤져있었지만 이번에 우승하면서 무난히 1위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부산) | 이주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