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그 어디쯤에 멈춰있는 그룹 빅뱅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빅뱅은 5일 0시 4년만에 신곡을 발매했다. 역시나 반응은 뜨겁다. 신곡 ‘봄여름가을겨울’은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 ‘톱 100’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주요 차트를 휩쓸었다.

빅뱅은 자신들의 강렬한 힙합 사운드를 버리고, 따뜻한 밴드 사운드를 택했다. 도입부 태양의 목소리와 함께 담백한 기타 리프로 시작해 뒤로 갈수록 감정이 고조된다. 태양과 대성의 애절한 고음과 지드래곤과 탑의 잔잔한 랩이 귓가를 멤돈다.

멤버들이 참여한 가사에는 빅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겼다. ‘울었던 웃었던 소년과 소녀가 그리워 나/찬란했던 사랑했던 그 시절만 자꾸 기억나’, ‘계절은 날이 갈수록 속절없이 흘러/붉게 물들이고 파랗게 멍들어 가슴을 훑고’ 등의 가사를 통해 아프기도, 아름답기도 했던 지난 시간들을 보내고 속절없이 피고 지는 시간을 맞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녹여내 진정성이 느껴진다. ‘비 갠 뒤에 비애(悲哀) 대신 어 해피 엔드’, ‘이듬해 질 녘, 꽃 피는 봄’ 등 그간의 슬픔은 털어버리고 봄기운을 끌어안겠다는 의지와 동시에 ‘변할래 전보다는 더욱더 좋은 사람’이라는 새로운 각오를 드러내기도 한다.

빅뱅이 신곡을 내놓은 건 2018년 3월 ‘꽃길’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빅뱅은 오롯이 음악 본질에 집중했다”며 “곁가지를 쳐내고 진정성을 꾹꾹 눌러 담은 디지털 싱글로 음악 팬들과 더 깊은 교감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2006년 데뷔한 뒤 ‘거짓말’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 ‘판타스틱 베이비’ ‘뱅뱅뱅’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다. 음악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으며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아티스트로 자리잡았고, 각종 음악방송과 시상식의 상을 휩쓸 정도로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그렇기에 K팝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빅뱅의 컴백은 가요계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빅뱅의 공백이 길어진 데는 멤버들의 군입대와 함께 각종 이슈가 얽혀있었다. 탑은 2017년 의무경찰로, 이듬해 지드래곤·태양·대성도 바로 입대했다. 빅뱅은 2018년 3월 ‘군백기’(군대+공백기)에 기다릴 팬을 위해 준비한 완전체 노래인 ‘꽃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멤버들이 각종 사건·사고에 얽히며 구설에 올랐고 승리는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에 휩싸였다. 해당 논란은 YG엔터테인먼트 전체로 번지기도 했다. 결국 승리가 팀을 탈퇴하면서 빅뱅은 5인조에서 4인조로 개편됐다.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빅뱅의 진정성은 대중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까. 팀은 재편했고, 탑은 이 음반 작업을 마지막으로 YG와 계약을 종료한다. 다양한 변화를 맞은 빅뱅이 다시 시작을 노래한다. 그간 끊이지 않았던 이들의 구설에 이번 신곡 발표를 두고도 일부에선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빅뱅은 이번 곡으로 활동은 하지 않을 예정이어서 매체를 통해 이들의 완전체 모습을 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과연 빅뱅은 17년차의 건재함을 알릴까, 아니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질까. 한 가요 관계자는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는 ‘봄여름가을겨울’로 여전히 빅뱅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높다는 걸 확인했다. 팀의 이미지에 대해선 의견은 엇갈리지만, 음악성 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그룹이란 걸 재차 증명했다”고 분석했다.

신곡 발표일은 24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淸明)에 해당하는 날.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을 지닌 말이다. 청명에 돌아온 이들의 신곡이 빅뱅 부활의 신호탄일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사계절처럼 각자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일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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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