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감독이 한국 배우들을 주역으로 내세워 작업하는 글로벌 합작 영화가 새로운 트렌드가 된 것일까.

그간 할리우드 영화에 한국 배우 한 두명이 조연급으로 참여하는 형식이나,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2013) 등 유명 한국 감독들이 외국 배우와 합작한 사례는 있었으나 외국 감독이 한국 배우들을 주연으로 내세워 영화를 만드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한국 배우가 주역으로 등장한 외국 감독 영화가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배니싱:미제사건’은 프랑스 영화 감독 드니 데르쿠르가 연출을 맡아 한국에서 모든 촬영을 진행했다. 주연은 한국배우 유연석과 프랑스 배우 올가 쿠릴렌코가 맡았다. 앞서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나라”라며 “모든 게 흥미롭고 인상 깊었다. 프로들이 많았다. 실제 영화 작업에서 놀란 건, 모든 사람들이 철저히 준비된 채 임했다는 점이다. 많은 사전 작업들이 필요한데 꼼꼼히 해놓고 준비된 상태에서 온다는 것 자체에 큰 인상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오는 6월 개봉을 확정한 영화 ‘브로커’는 일본 영화계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한국 스타배우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아이유), 이주영이 출연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칸 국제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을 비롯, 매 작품 사회에서 소외되고 보호받지 못한 인물들의 삶을 날카로우면서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내 전 세계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안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이다.

외국 감독이 한국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워 함께 작업을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니싱:미제사건’의 유연석은 언론 인터뷰에서 “글로벌 프로젝트를 하게 되니까 정말 그 기회의 장이 점점 더 많이 커져가고 있구나 체감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으로 한국 배우들의 해외 인지도가 크게 올라간 가운데 최근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 정호연이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 남우·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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