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영화 중 후반작업의 완성도가 가장 높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에 자신감을 보였다.

2일 오전, 동대문 JW매리어트 호텔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박찬욱 감독과 배우 탕웨이, 박해일이 참석했다. 방송인 박경림의 사회로 진행됐다.

박찬욱 감독은 앞서 열린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 수상은 2002년 영화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의 감독상 수상 이후 20년 만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로써 칸 경쟁부문에 4번 초청받아 심사위원대상(‘올드보이’), 심사위원상(‘박쥐’)에 이어 3번째 수상 역사를 썼다. 또한 같은날 배우 송강호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으면서 한국 영화는 칸에서 최초로 2개 부문 수상이라는 경사를 누렸다.

박찬욱 감독은 “거머쥐지는 않았고(웃음). 트로피 말씀하시니까 생각나는게 그 전에는 상장밖에 없었는데(직전까지 황금종려상만 트로피를 수여했다), 트로피가 처음 생겼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세 번째 수상이라기 보단 한국에서 개봉해서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가 제일 중요한 문제다. 다른 제 영화보다 좀 더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점이 많다. 탕웨이씨의 한국어 대사가 특별하다. 그런만큼 제게는 외국 영화제에서의 수상보다 기다리는 한국 개봉이 제일 궁금하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탕웨이는 “칸에서 첫 느낌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너무나 오랜만에 느끼는 경험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햇볕이 굉장히 찬란했고, 분위기가 열렬했고, 제일 즐거웠던 건 오랜만에 박찬욱 감독과 박해일을 만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 탕웨이와 함께 칸 영화제에 참석하게 되어 기쁜마음에 떨릴 정도로 좋은 자리 가졌다. 칸 영화제의 환대 역시 좋았다”고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로 “3, 4년 된 것 같은데 스웨덴 경찰 소설을 오랜만에 읽으면서 소설 속 경찰처럼 속이 깊고, 상대를 배려하는 형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서경 작가를 오랜만에 다시 만났을 때 이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여기서부터 출발해보자. 그 사람은 어떤 분위기냐 하면은 예를 들면 박해일이라 생각해보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배우를 처음부터 염두해두고 시나리오를 쓰지 않는다. 실제로 그 사람이 캐스팅되지 않으면 어떡하나 한다. 그저 작가에게 주는 지침이었다. 이름도 박해일의 ‘해’자를 따서 해준이라 지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서경 작가가 ‘여자 캐릭터는 중국인으로 합시다’하더라. ‘왜 중국인으로 하지?’ 하니까 ‘그래야 탕웨이를 쓸 수 있지’ 하더라. 첫 만남에서 정서경 작가와 여기까지 정해졌다. 그 뒤로는 대화를 통해 발전시켰다. 박해일이 연기하는 형사는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봐야한다는 입장에서 수사를 하다가 점점 관계가 깊어진다”고 설명했다.

탕웨이에게 ‘헤어질 결심’은 ‘만추’(2011)에 이어 11년만에 출연한 한국영화다. 탕웨이는 “제가 감독님께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1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그동안 감독님이 이야기를 구술해주셨다. 들으면서 계속 흥분됐다.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천천히 완전히 감독님의 이야기 속에 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감독님과 작가님의 눈빛이 따뜻해서 제가 외국어로 연기를 해야하지만 안심이 됐다. 이번에 감독님과 작업한 것은 행운이라 생각한다. 감독님은 배우들을 굉장히 안심시켜주는 감독님이시다. 아주 편하게 일했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님을 처음 알게된 건 ‘JSA공동경비구역’이었다. 저한테도 마침내 기회가 오더라. 박 감독님이 걸어오신 영화적 색깔과 결과들이 너무나 훌륭하시지만 저라는 배우가 감독님의 영화에 잘 맞을 수 있을까 몇 번 생각해봤다. 그만큼 또 궁금해지더라. 그때 감독님께서 좋은 제안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줄거리를 설명해주시는데 들으면서 호기심이 가장 컸던 건 형사 캐릭터와 수사극 안에서 멜로를 보여주신다고 하니 너무 궁금해지더라. 시나리오를 읽어보니까 그 전에 감독님이 해오셨던 작품과의 결들이 새롭게 변화된 부분들이 느껴졌고, 단백한 톤도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은 국내 로케이션에 대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속 한국의 장소가 어디냐라고 물어보더라. 특정한 장소에서 찍은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서 찍었다. 동해와 서해에서 찍어서 한 장소처럼 합쳤다. 제가 이 영화에서 누릴 수 있던 커다란 사치 중 하나였다. 이 영화는 ‘아가씨’처럼 세트를 지을 성격의 영화가 아니라서 그 제작비로 로케이션을 다녔다”고 밝혔다.

이어 “자연 현상들, 눈.비.안개.태양 이런 것들을 실제로 물리적으로 만들기도 했고, 후반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많이 더하기도 했다. 그런 곳에 예산이 많이 사용됐다. 물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을 여기저기 보여드리기도 하지만 특정한 한 곳은 아니다. CG 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박해일의 의상에 특히 주머니가 많았다. 박해일은 “상의에 12개, 바지에 6개. 이 말이 시나리오에 있다. 이것이 해준이라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탕웨이와 감정을 만들어 나갈 때 감독님께서 재밌는 장치를 만들어주셨다. 이 형사는 총은 안 가지고 다녀도 핸드크림은 가지고 다닌다”라고 설명했다.

탕웨이는 자신의 의상에 대해 “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너무 좋았다. 이전에 해보지 않은 스타일이라 기뻤다. 감독님이 로케이션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저는 한국의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듯이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 로케이션 속 장면을 영화 개봉하면 맞춰봐주시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전작부터 이어온 영화 속 ‘바다’ 장면에 “바다가 영화 뿐만 아니라 영화마다 다 사용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인간의 의지를 압도한느 그런 운명같은 느낌이 필요로 했다. 안개가 중요했기 때문에 바다에서 밀려오는 해무를 형성시키는 혼돈상태를 만드는 원천으로서의 자연이 중요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바다라는 말도 부족하다. 파도가 가지는 위력을 사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해일은 “감독님이 단백하게 돌아온 ‘헤어질 결심’ 기대해달라”라고 말했다. 탕웨이는 “이 작품은 제가 3번 봤는데, 이 작품은 꼭 영화관에서 봐야 작품의 특징을 완벽하게 느끼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은 “코로나 시대에 영화관 출입을 많이 못하셨지 않나. ‘헤어질 결심’은 사운드와 이미지 양쪽 면에서 정말 공을 많이 들였다. 개봉을 못하고 있어서 후반작업이 정말 길었다. 끝없이 만지고 만졌다. 제 영화에서 후반작업에 있어 가장 완성도가 높다. 극장에서 보실만하다. 감히 말씀드린다”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수사멜로물이다. 오는 29일 국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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