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겸 가수인 유희열(51) 안테나뮤직 대표가 우후죽순 불거진 표절 의혹으로 데뷔 28년만에 최악의 위기에 처한 가운데, 표절 의혹의 시작이었던 ‘아쿠아(Aqua)’의 제작자 일본 영화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70)가 입을 열었다.

사카모토는 20일 ‘류이치 사카모토 소셜 프로젝트 코리아(이하 skmts)’ 공식 SNS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자신의 곡과 ‘유희열의 생활음악’ 사이에 벌어진 표절 논란에 대해 검토했다며 입장을 밝혔다. 결론적으로 ‘표절로 보기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영어와 한글 2가지 버전으로 작성된 글로, skmts를 운영 중인 잇뮤직크리에이티브 측이 지난 15일 사카모토 측에서 받은 입장문을 번역한 내용이었다.

사카모토 측은 “먼저 유희열 씨의 작품에 관련하여 진심 어린 메시지에 감사드린다. 저희는 얼마 전 ‘누군가 당신의 ‘아쿠아(Aqua)’라는 곡을 표절했다’고 한국의 한 유튜브 링크를 통해 제보받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사카모토 류이치와 우리 직원들은 즉시 ‘유사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음악적인 분석의 과정에서 볼 때 멜로디와 코드진행은 표절이라는 논점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사카모토 측은 종종 전세계 팬들로부터 유사한 제보와 클레임을 받고, 이에 대한 법적 조치 여부를 검토한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앞에서 위와 같은 이유로 유희열 씨의 곡은 어떠한 표절에 대한 법적 조치도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표절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카모토 측은 “나에게 본 사안을 제보해주신 팬 여러분과 이 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려는 유희열 씨의 솔직한 의도에 감사드린다. 두 곡의 유사성은 있지만 제 작품을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나의 악곡에 대한 그의 큰 존경심을 알 수 있다”라며 되려 유희열을 두둔했다.

그는 “나는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며 많은 것을 배운 바흐나 드뷔시에게서 분명히 강한 영향을 받은 몇몇 곡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바흐나 드뷔시와 같은 수준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오해는 말아달라”면서 예술가가 다른 예술가의 작품의 영향을 받는 자연스런 현상을 설명했다.

이어 “모든 창작물은 기존의 예술에 영향을 받는다. (책임의 범위 안에서) 거기에 자신의 독창성을 5~10% 정도를 가미한다면 그것은 훌륭하고 감사한 일이다. 그것이 나의 오랜 생각이다”라며 재차 같은 일을 하는 창작자로서 창작과정에 대한 공감을 표시했다.

마지막으로 유희열을 향해 응원을 전했다. 그는 “유희열 씨와 팬분들의 아낌없는 성원에 감사드린다. 유희열 씨의 새 앨범에 행운을 기하며 그에게 최고를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사카모토 측의 입장을 전한 skmts측 역시 “저희는 사카모토 류이치가 모든 것을 말했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모두 유희열 씨의 새 앨범 발매와 성공을 기원하고 응원한다. 주저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시길”이라며 글을 마쳤다.

앞서 지난 14일 안테나뮤직 측은 “‘유희열의 생활음악’ 프로젝트의 두 번째 트랙인 ‘아주 사적인 밤’과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가 유사하다는 제보를 검토한 결과,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데 동의하게 됐다”면서 공식 사과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진행해온 ‘유희열의 생활음악’을 통해 선보인 음악들을 모아서 발표할 예정이었던 LP앨범 발매를 연기하고, 저작권 관련 문제를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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