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지 28년, 벌써 10번째 내한이지만 톰 크루즈는 변함없이 친절하고 성실했다. ‘친절한 톰 아저씨’라는 닉네임답게 30대 때나 환갑을 넘어선 2022년이나 팬들에게 최선을 다했고 자신의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표출했다.

지난 17일 전용기를 통해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한 톰 크루즈는 20일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국내 취재진을 만나 한국을 다시 찾은 소감과 22일 개봉하는 신작 ‘탑건:매버릭’ 개봉을 앞둔 속내를 전했다.

‘탑건: 매버릭’은 1986년 신인배우 톰 크루즈를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린 ‘탑건’의 속편으로 36년 만에 개봉한다. 당초 2020년 개봉 예정이었지만 팬데믹으로 개봉이 2년 여 연기됐다. 그래서일까. 톰 크루즈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의미를 강조했다.

“모든 사람들이 힘겨운 시기를 겪었다. 영화 개봉을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했다. 지난 몇 년간 고생하면서도 여러분을 위한 영화를 만들었다. 어려움이 컸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게 돼 기쁘다.”

‘탑건: 매버릭’은 이제는 교관이 된 매버릭(톰 크루즈 분)이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하는 후배들을 지도하며 임무를 수행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미 영화는 북미에서 수익 4억 달러를 돌파하며 톰 크루즈 필모그래피 사상 최고 수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속편을 제작하기까지 톰 크루즈도 고민이 깊었다.

그는 “많은 분들로부터 다시 ‘탑건’을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오래 전부터 들었다. 제작 결정을 내리기까지 부담이 상당했다”며 “미국적이면서 ‘탑건’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영화, 항공, 액션, 드라마는 물론 예술적인 관점을 동시에 충족시키고 싶었다.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때문에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와 장시간 논의를 나눴다. 톰 크루즈는 “관객이 ‘탑건’의 세계관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동일한 인물,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동석한 스타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그는 재능있고 스폰지같이 배움을 흡수하는 배우다. 항상 최고를 원하기에 베스트 카메라워크, 스토리텔링이 나올 수 있었다. 영화의 화면에 보이는 건 모두 톰이 만들었다”고 공을 돌렸다.

제리 브룩하이머의 말처럼 단순히 최고를 원한다면 지금의 할리우드 톱스타 톰 크루즈는 그 자리에 없었을지 모른다. 톰 크루즈는 배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긴 시간 변함없는 열정의 원동력에 대해 “언제나 학생의 입장에서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작업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열망과 애정이 뜨거워진다”며 “인생, 사람, 문화 산업 등에 대한 관심이 깊다. 삶의 대부분을 영화 세트장에서 보내며 배웠다. 일이 아닌 열정이자 꿈이었다.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들이 행복했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탑건’의 출연배우들도 톰 크루즈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페이백 역의 제이 앨리스는 “영화를 찍는 동안 촬영이 아닌 해군에 입대한 느낌이었다. 이 모든 건 톰 크루즈 영화가 아니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맨 역의 글렌 포웰도 “오리지널 ‘탑건’의 오랜 팬으로서 긴시간 흠모해온 톰 크루즈의 영화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고 뿌듯해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라고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루스트 역의 마일즈 텔러는 최근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콘텐츠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한국의 세계 기여도가 높다. 몇 년 전 부산 국제영화제 참석 차 방한 뒤 2번째 방문인데 올 때마다 감동을 받는다”고 전했다.

톰 크루즈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스타다. 영국에서 영화 ‘미션 임파서블8’(가제) 촬영 중 한국 팬들을 만나기 위해 일정을 조정했다.

전날인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야외광장에서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서도 3시간 가까이 팬들에게 한국식 손하트와 볼하트를 그리며 화답한 것처럼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진행된 공식 사진 촬영 때도 ‘손하트’, ‘손가락 하트’,‘볼하트’까지 K하트 3종 세트를 모두 선보였다. MZ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갸루피스’ (손가락을 아래로 향한 V자 포즈) 포즈까지 보여줘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톰 크루즈는 “4년 만에 한국을 찾았지만 변함없는 한국만의 활력을 느꼈다. 한국이 북미보다 개봉이 늦었지만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스케줄을 많이 조정했다”며 “레드카펫 시사회는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비록 예전과 달리 팬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마스크 안)미소를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마법같이 멋진 시간을 보냈다”고 미소지었다. 특히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톰 크루즈의 내한으로 영화는 개봉 이틀을 앞두고 예매량 13만장을 돌파하며 예매율 1위에 올랐다. 그는 “아름다운 문화를 가진 한국에 다시 오게 돼서 반갑다. 앞으로 30번~40번 더 오고 싶다”며 ‘미션 임파서블8’ 개봉 때 다시 만날 것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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