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K액터가 다시금 1인치 장벽에 도전한다.

한국이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이하 에미상)에서 13개 부문 총 14개 후보에 오르면서 비영어권, 한국계 배우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5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 영화 ‘브로커’의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듯 ‘오징어게임’이 에미상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샌드라 오도 수 차례 수상 불발한 에미상, 이정재·정호연 등 수상할까

오는 9월12일 (이하 현지시간) 개최되는 에미상은 TV 예술 과학 아카데미가 1949년부터 TV 프로그램과 관련 업적을 수상하는 현지 방송계 최대 상이다. 긴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이 시상식은 TV 프로그램의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한국계 배우와 인연은 깊지 않다. 2006년과 2019년 골든글로브 TV부문 여우조연상(‘그레이 아나토미’), 여우주연상(‘킬링이브’)등을 수상했던 한국계 캐나다 배우 샌드라 오는 지난 2008년 ‘킬링이브’로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때문에 당시 에미상의 인종차별 논란까지 제기됐다.

올해에는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성기훈 역을 연기한 이정재가 남우주연상, 오일남 역의 오영수· 조상우 역의 박해수가 남우조연상, 새터민 새벽 역의 정호연이 여우조연상, 지영역의 이유미가 여자 단역상(게스트) 후보에 각각 지명돼 수상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특히 오영수와 박해수는 한국 배우들끼리 같은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샌드라 오도 ‘킬링이브’로 다시금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면서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인 수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연 배우 이정재는 넷플릭스를 통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후보로 이름을 올리게 돼, 영광이다. ‘오징어 게임’에 많은 사랑을 주시는 전 세계의 팬들, 그리고 함께 땀 흘렸던 ‘오징어 게임’팀과 이 기쁨을 함께하겠다”고 후보 지명 소감을 전했다.

◇비영어권 작품 최초 에미상 최우수드라마 수상 가능성도 점쳐져

‘오징어게임’은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 부문 후보로 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물론 후보작도 만만치 않다. ‘석세션’, ‘오자크’, ‘세브란스:단절’, ‘베터 콜 사울’, ‘유포리아’, ‘옐로우 재킷’, 그리고 ‘기묘한 이야기’ 등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작품 중 ‘기묘한 이야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점에서 힘겨운 집안싸움을 펼쳐야 한다.

각종 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의 최대 경쟁작이었던 ‘석세션’은 이번 에미상에서도 25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최다 후보를 냈다. 상속을 둘러싼 미디어 재벌 가문 내부의 알력과 갈등을 그린 ‘석세션’은 2020년 이미 한 차례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의 행보는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을 수상한 ‘기생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당시 ‘기생충’도 2018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비롯, 세계 유수 영화 시상식을 휩쓸었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 시간(16억 5,045만 시간·4주 기준)을 기록하며 세계적 열풍을 일으켰고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드라마) 부문 수상, 미국배우조합상에서 남녀 연기상,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 등 세계 유수의 영화·드라마 시상식을 석권했다.

최근 미국의 권위있는 시상식이 유색 인종과 비영어권 작품에 대한 문호를 넓히고 있는 만큼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후보 지명을 계기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전 세계가 서로의 콘텐츠를 즐기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더욱 활짝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