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칠한 외모와 탁월한 표현력이야 드라마 한 회만 봐도 알 만하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흡인력이다. 납작한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들고, 같은 대사라도 곱씹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런 그가 입대를 앞두고 있다니 섭섭할 따름이다. 훗날 영우의 남편, 현재 만인의 남자 강태오(28) 이야기다.

그는 지난 18일 종영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법무법인 한바다 송무팀 직원 이준호로 분했다. 외모도, 매너도 훌륭한 이준호는 사내 최고 인기남이다.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동료 몇몇이 있지만, 마음은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에게만 동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여자들이 설렐 포인트를 죄다 가진 인물이다.

비현실적일 만큼 완벽한 캐릭터를 맡았는데, 드라마까지 대박이 났다. 미적지근했던 9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스타덤에 오른 그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정말 감사하다. 지인들 연락도 많이 받는다. 가족들이 좋아한다는 게 가장 좋다. 큰 사랑을 받은 만큼 기회가 되면 잠시 쉬었다가 와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웃었다.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자마자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떠날 채비를 하고 있지만 마냥 아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영장이 날아와 봐야 알 텐데. 집에 갈 때마다 우편물을 확인한다. 하하. 작품을 촬영하면서 잘되길 바랐지만 이 정도로 잘될 줄 몰라서 깜짝 놀랐다. 감사한 일이다. 너무 잘된 상태에서 행복한 마음으로 편하게 갈 수 있게 됐다. 아쉽다고 생각하면 끝도 없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다녀오려고 한다.”

‘우영우’의 인기가 나날로 치솟았지만, 엄연히 여성 타이틀롤을 내세운 드라마다. 이준호는 송무팀 직원으로서, 변호사인 우영우를 서포트하는 역할이었다. 재력이 대단하다거나 능력이 뛰어난 전문직이라든가, 보편적인 남자 주인공의 매력으로는 승부수를 띄울 수 없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극 초반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의 성장기에 러브라인은 불필요하지 않냐는 반응도 있었다. 그럼에도 강태오가 ‘국민 유죄남’에 등극한 것은 기가 막힌 대사 처리 덕분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섭섭한데요”가 있다.

“(”섭섭한데요“ 대사가 큰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 못 했다. 촬영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할 것 아니냐. 센서등 아래에서 입맞춤하는 신은 찍으면서 반응이 올까 기대했다. 하지만 그 장면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 부분에서 많이 좋아해 주실 줄 몰랐다. 사전제작이었기 때문에 (동일한 대사의 변주를) 노리거나 의식하고 촬영하진 않았다. 어금니를 깨문 건 의도한 게 맞다. 생각보다 잘 보일 줄 몰라서 당황했다. 준호가 원체 직설적이지 못한 사람이다. 내면의 감정이 극대화될 때 적절한 표현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어금니를 깨물면 괜찮지 않을까 했다.”

그가 언급한 키스신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우영우와 이준호의 움직임에 따라 복도의 등이 켜졌다 꺼졌다 하면서 설레는 분위기가 고조됐다. 이처럼 섬세한 연출에 갓 연애를 시작한 이들의 귀여운 대화가 더해졌다. 우영우는 키스할 때 이가 부딪히냐고 물었고, 이준호는 “입을 조금만 더 벌려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자칫하면 야릇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사지만, 강태오가 담백하게 표현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현실에서 누가 입을 살짝 벌리라고 하나. 되게 낯설었다. 어떻게 하면 거부감이 들지 않게 표현할 수 있을까 엄청 고민했다. 최종적으로 든 생각은 ‘현장에 가서 (박)은빈 누나랑 호흡을 맞추면서 그 분위기를 느끼고 느끼는 대로 하자’였다. 표현이나 그림이나 신선했다. 그런 걸 물어보는 사람이나 살짝 입을 벌리라고 하는 사람이나. 하하. 준호에게는 그런 영우가 귀여워 보일 것 같았다. 어색하고 쑥스럽고, 이런 부분을 표현하려고 했다.”

우영우의 이별 통보에 “지금 장난해요?”라고 외친 이준호도 화제였다. “신경을 많이 썼다. 느낌이 살짝만 달라져도 무서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테이크도 많이 갔다. 준호도 사람이고 감정이 있지 않나. 좋아하면 사소한 부분도 신경쓰게 되지 않나. 오죽 답답하고 사랑하면 그럴까 하고 납득했다. 소리칠 때 위협을 가하는 느낌보다 ‘내 마음 알아줘요. 답답해요’라고 호소하는 느낌으로 하려고 했다.”

매회 이러한 활약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놀랍도록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데뷔 26년 차 배우 박은빈이 있다. “ 코로나가 너무 심해서 따로 자주 모여서 친해지지 못했는데 지방 촬영이 많아서 기회가 생겼다. ‘여기에서 다가오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너 몇 번째 테이크 때 이런 눈빛이 좋았어’ 등 솔직하게 얘기해준다. ‘방금은 무서웠어’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솔직한 피드백이 있어서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었다. 역시 대선배님이시라고 생각했다.”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출연진의 전작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다만 강태오는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예능 출연분까지 역주행 중이다.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쓰고 춘 각기댄스(SBS ‘런닝맨’), 독보적인 박자 감각을 뽐내는 ‘슈퍼매직’ 무대(MBC ‘라디오스타’) 등이다. “전작을 찍으면서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번 계기로 정말 많이 지켜봐 주셔서 좋았다. 자연스럽게 잊힐 줄 알았는데 보람차더라. 이것저것 바쁘게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능 클립은) 흑역사다. 서프라이즈가 배우 그룹이었지만 아이돌처럼 담당이 있었다. 내가 멤버들 중에서는 춤을 오래 배워서 댄스 담당이 됐다. 팬들이 춤에 욕심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진 않다.”

데뷔 10년 차가 되기까지 참으로 성실히 살아왔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기어코 발굴된 비결은 그가 인터뷰 내내 덧붙였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는 말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낙천적인 성정에 대단한 노력파인 그의 전성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도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 더 신중하고 행동에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해야겠다 싶었다. 강태오라는 사람이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찍는 것도 언젠간 다 올라올 거 아니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하하. 딱히 어떤 30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지만, 군대를 다녀와서도 20대 청춘 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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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맨오브크리에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