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실리축구로 예상 깬 F조 '1위'
조직력으로 스페인 '패스 축구' 무력화
거대 수비 산성 부딪혀 승부는 연장까지
승부차기서 3-0 승… 사상 첫 8강 진출

모로코의 '돌풍'이 거세다.
모로코는 6일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3-0으로 승리했다. 1970 멕시코 대회에 처음 출전했던 모로코의 사상 첫 8강 진출이다. 왈리드 레드라귀 모로코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모로코는 이번 대회 최대 '돌풍'의 주인공이다. 조별리그에서 F조 1위를 기록했다. 유럽 강호 벨기에, 크로아티아 그리고 캐나다를 상대로 2승1무를 거뒀다. 벨기에와 캐나다를 꺾었고, 크로아티아와는 득점 없이 비겼다. 3경기에서 한 골만 실점하는 짠물 수비를 펼쳤다. 16강에서도 스페인을 상대로 120분 동안 한 골도 내주지 않았고, 심지어 골키퍼 야신 부누의 선방 퍼레이드 속에 승부차기에서도 골을 내주지 않았다.
여기엔 모로코의 탄탄한 조직력이 한몫했다. 스페인은 '티키타카'로 대변되는 패스 축구를 펼쳤다. 이날도 스페인은 1039개의 패스를 했다. 모로코(331개)의 3배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스페인은 모로코 수비를 상대로 상당히 고전했다. 모로코는 수비 라인을 전체적으로 내렸는데, 스페인에 공간을 아예 내주지 않았다. 라인 컨트롤이 완벽했다. 특히 스페인은 전반에 1개의 슛만 때려냈다. 이는 통계 전문 매체 '옵타'에 따르면, 1966 잉글랜드 대회 이후 본선에서 가장 적은 전반 슛 횟수였다. 말 그대로 모로코의 조직력이 스페인의 패스 축구를 완벽 봉쇄했다는 의미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팀이지만 피지컬이 뛰어나다. 특히 수비수들이 그렇다. 하키미(파리생제르맹)를 비롯해 소피앙 암라바트(피오렌티나), 로맹 사이스(베식타시) 등 수비진 전체가 장신인데 몸싸움에 능하다. 모로코는 전반 초반부터 의도적으로 적극적인 몸싸움을 펼쳐 스페인을 괴롭혔다. 결국 승부가 연장까지 흐르며 모로코의 몸싸움 작전은 성공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문을 걸어 잠근 것도 아니었다. 모로코는 6개의 슛과 3개의 유효 슛을 기록했다. 하킴 지예흐(첼시)와 소피앙 부팔(앙제)이 펼치는 간결한 역습은 상당히 위협적이었고, 인상적이었다. 연장전에서는 오히려 모로코가 공격 기회를 보다 많이 창출했다. 모로코는 8강에서 포르투갈을 만난다. 모로코가 포르투갈마저 꺾으면 아프리카 팀으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4강에 오른 팀이 된다. 모로코의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도하(카타르)|박준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