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서형은 연기에 ‘진심’이다.

김서형이 최근 왓챠를 통해 선보인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속 다정 캐릭터로 대중에게 새로운 얼굴을 각인시켰다. 왓챠 오리지널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이하 ‘오매라’)는 대장암에 걸려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아내 다정(김서형 분)을 위해 서투르지만 정성 가득한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남편 창욱(한석규 분)과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오매라’는 보기 드문 잔잔하고 담백한 작품이다. 김서형 역시 “제목만 매운 맛이지 내용은 순한 맛이다”라고 표현했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 ‘SKY 캐슬’까지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된 김서형은 이번 작품에서 대장암 판정을 받은 후 생의 마지막을 눈앞에 두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정다정 역을 맡아 폭넓은 연기력을 입증해냈다.

시한부를 선고받았지만 신파로 치닫지는 않는다. 김서형은 행복과 슬픔을 오가며 남은 삶을 담담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먹먹한 여운을 남겼다. 작품을 돌아본 김서형은 “몸에 단물 짠물 다 소진하고 끝냈다. 그리고 몸져누웠다. 막상 보니 잘했더라. (웃음) 그 배역에 맞게 녹여내야 하는 제 몫이지 않나. 어떤 작품이어도 그 마음은 똑같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맛을 쏙 뺀 순한 맛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김서형은 “‘오매라’로 뭘 증명해내기 위해 했다기보다 열심히 해내는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강렬한 캐릭터도 제가 만든게 아니다. 그런 역할을 하고자 배우를 한 것도 아니다.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마다 ‘변신하신 거예요?’란 질문을 많이 받지만 전 늘 새로운 연기를 해왔다”며 “배우라는 선상에선 뭐든지 잘하고 싶고 뭐든지 받아들이고 싶다. 다 잘할 순 없지만 다 해야 하는게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배우로서의 철학도 이야기했다.

‘오매라’에서 시한부 역할을 맡으며 김서형은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을 참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서형의 부친은 그가 ‘아내의 유혹’으로 한창 큰 인기를 얻을 당시인 2009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오매라’를 찍으면서 내가 모르는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아버지께 많이 물었다. ‘아버지는 어떤 인생을 사셨어요?’라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걸 못 물어봤다. 시한부 가족의 이야기지만 남겨진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암 환자의 모습을 최대한 담백하게 전하려 했지만 워낙 무거운 설정 탓에 자연스럽게 체중 감량도 됐다고. 김서형은 “아프다는 설정 자체가 주는 생각들이 배우들을 몰입시키고 죽을 듯이 연기하면 살이 빠지더라”며 “또 대부분 노메이크업으로 촬영했다. 더 아파 보이려 메이크업도 혼자 했다”고 노력을 전했다.

‘오매라’를 통해 건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는 김서형은 “최근에 종합검진을 받았다. 찍으면서 ‘이렇게 일하다 아프면 어쩌지’란 걱정이 들더라. 종합검진까지 끝나고 나서야 다 끝난 느낌이다”라며 “건강해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구나를 ‘오매라’를 하면서 훨씬 많이 느꼈다. 새해 인사는 ‘건강합시다’라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서형은 ‘SKY 캐슬’,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 모교’, ‘아무도 모른다’, ‘마인’ 등 끊임없이 대중과 만나고 있다. 차기작으로 ENA, 지니 TV 드라마 ‘종이달’ 공개도 앞두고 있다.

쉼없이 연기하고 변신하고 있는 배우 김서형은 연기에 대해 “초를 태우는 일 같다. 자존감과 자존심을 한꺼번에 끌어 올렸다가 작품이 끝나면 내가 다 태워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새 초를 태웠다 끄고 또 새 작품에서 새 초를 태웠다 끄는 사람인지라 그런 반복에서 오는 아픔과 공허함이 있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연기라는 김서형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지금도 다음 날 연기하러 갈 때마다 설렌다”라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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