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빅리거' 효과로 MLB구단 뜨거운 관심 
키움, 애리조나와 손잡고 특급시설 저렴하게
과거 '오타니처럼' 해외 전훈캠프 비용 절감

"사실상 무료로 이용한다고 하더라."
특급 선수 한 명이 구단을 살린다. 과거 오타니 쇼헤이로 인해 니혼햄 파이터즈가 이득을 본 것처럼 현재 키움이 미국에서 이정후 효과를 누리고 있다. KBO리그 10구단 중 가장 좋은 시설을 사용하는데 이에 드는 비용 또한 가장 저렴하다. 
그 어느 때보다 비용 문제가 무겁게 다가왔다. 미국 물가와 환율이 치솟았고 애리조나에서 캠프를 치르는 구단은 슈퍼볼 변수까지 마주했다. 현재 애리조나에서 캠프 중인 LG, 한화, KT, NC, KIA가 지난해 말까지 애리조나행을 쉽게 확정짓지 못한 이유다. 보통 해외 캠프 비용으로 15억원 가량이 드는데 이번 캠프는 예전보다 더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키움은 이러한 걱정에서 한결 가볍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앞두고 있는 만큼 MLB 구단들은 보다 정확히 그를 보고 싶어한다. 익숙한 환경에서 이정후가 훈련하는 모습을 관찰하기를 원하는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키움의 손을 잡았다. 키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부터 내달 2일까지 특급 MLB 시설을 사용한다.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드에서 2023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훈련 시간은 오후로 제한되지만 애리조나 날씨를 고려하면 오후 훈련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코츠데일은 정오를 기준으로 낮기온이 20도 내외에서 형성된다. 아침에는 쌀쌀하지만 낮부터 기온이 올라가 운동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 된다. 
예상대로 관심은 뜨겁다. 캠프 초반부터 이정후를 관찰하기 위해 MLB 구단이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샌프란시스코 구단 스카우트가 이정후가 훈련하는 모습을 살펴봤다. 실전도 중요하지만 훈련 모습으로도 기량을 가늠할 수 있다. 어떤 프로그램을 어떤 의도로 수행하는지 파악하면 선수의 장단점이 보인다. 동료와 의사소통하는 모습에서 선수의 인성과 자세도 파악이 된다. MLB 스카우트 입장에서 이번 키움 캠프는 이정후를 보다 많이 알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2016년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그랬다. 당시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소속이었던 오타니는 2월 애리조나에서 MLB 관계자를 구름처럼 끌고 다녔다. 샌디에이고가 니혼햄에 스프링캠프 장소를 제공했는데 이로 인해 두산이 피해를 봤다. 1년 전 샌디에이고 시설을 사용했던 두산은 오타니로 인해 캠프 장소를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오타니가 등판한 니혼햄 평가전에 MLB 30개 구단 단장, 스카우트 팀장 등이 집결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렇게 선수 한 명이 환경을 바꾼다. 이정후 덕에 키움 선수들을 KBO리그 10구단 최고 시설에서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한다. 애리조나에 있는 다른 구단들은 마이너리그팀 혹은 아마추어팀 훈련장을 사용하는데 키움만 MLB 훈련 시설을 이용한다. 그런데 비용도 가장 적다. 현재 애리조나에서 캠프 중인 A구단 감독은 "키움은 사실상 무료로 이용한다고 한다. 다 이정후 덕 아니겠나"라고 부러움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애리조나 |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