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100 1위, 직접 곡 작업 참여…영어 버전ㄱ리믹스로 글로벌 팬 배려
"연약함 극복 서사, 지민 목소리와 잘 어울려…신스팝 현대적으로 잘 해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지민이 솔로 음반 타이틀곡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로 K팝 솔로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르면서 개인 활동으로도 여전한 '방탄소년단 파워'를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다이너마이트'(Dynamite) 등 방탄소년단의 기존 여러 곡에 이어 지민의 솔로곡까지 '핫 100' 1위를 했다는 것은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스타덤을 입증한 것"이라고 짚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지민은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도 2위라는 K팝 솔로 최고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싱글 차트에서도 1위를 했다"며 "이는 방탄소년단 파워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라이크 크레이지'는 1970년대 등장한 신스팝 장르로, 강렬한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지민의 독특한 음색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지민은 동명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곡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꿈속에서 사랑했던 상대를 찾으며 괴로워하고, 화려한 불빛에 갇혀 자신을 잃어 가지만, 영원히 꿈속에 머물고 싶다는 내용의 가사에는 진한 감성이 배어 나온다.
지민은 이 곡에 대해 "상처를 잊기 위해 현실을 외면하는 순간의 감정을 표현한 곡"이라며 "가사의 애절함을 전달하기 위해 노래를 부를 때도 감정선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소개한 바 있다.
신스팝 특유의 복고적인 분위기와 편안한 멜로디 전개도 글로벌 음악 팬들에게 쉽게 다가간 것으로 분석된다.
임진모 평론가는 "선공개곡 '셋 미 프리 Pt.2'(Set Me Free Pt.2)나 '라이크 크레이지' 모두 여러 음악적 요소가 어우러져서 나름의 세련미를 갖춘 모던한 음악"이라며 "과거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대중음악계에서 이제 일상이 됐다. 이번 지민의 성공 사례는 1970년대 말에 나온 신스팝을 현대적으로 잘 편곡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민은 '라이크 크레이지'가 담긴 첫 솔로 음반 '페이스'(FACE)에서 지난 2년여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느낀 감정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음반 명부터 자신을 온전히 마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 같은 음악의 진정성에 팬들이 뜨겁게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민은 팀 동료 RM과 함께 '라이크 크레이지'의 송라이터로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지민은 '핫 100' 1위곡 송라이터라는 기록 역시 처음으로 갖게 됐다. RM이 송라이터로도 참여한 '핫 100' 1위곡은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 '버터'(Butter),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에 이어 '라이크 크레이지'가 네 번째다.
김도헌 평론가는 "지민의 노래는 연약함과 불안함을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는 서사를 보여주고 있다"며 "연약함이라는 테마는 지민의 목소리와도 잘 어울렸다. 지민의 목소리는 방탄소년단에서도 독특한 톤이었고, 특히 북미 팬의 기대를 크게 받았던 목소리였다"고 설명했다.
지민은 선공개곡 '셋 미 프리 Pt.2' 뮤직비디오에서는 강인한 표정과 힘 있는 군무를 통해 굴레 안에서도 방황과 상처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면, '라이크 크레이지' 뮤직비디오에서는 어지러운 조명과 변칙적인 화면 구성 등을 통해 흐트러진 내면과 '나'를 자각하는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줬다.
가요계에서는 지민이 '라이크 크레이지' 한국어 버전 외에도 영어 버전을 함께 내놔 우리말에 익숙지 않은 글로벌 팬을 배려하고, 두 종의 리믹스 버전을 통해 팬들의 선택지를 넓힌 전략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솔로 활동 가운데 처음으로 TV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1위 트로피를 직접 들어 올리고, 영상통화 팬 사인회도 개최하는 등 팬과의 접점 형성에 매우 적극적이었다는 점도 아미의 굳건한 지지를 끌어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