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팀 ‘민폐’ 행위로 불편 겪는 동네 주민들

현행법상 촬영 위해서 영상위원회 허가 받아야

주민들에게 허가 받는 방식 아니라 통보 수준

배우 박은빈이 주연을 맡은 새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촬영장에 벽돌을 던진 시민이 입건돼 충격을 안겼다.

시민 A씨는 “촬영 중 발생한 빛과 소음에 짜증이 났다”, “잠을 못 자겠더라”라는 이유로 지난 달 26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진행 중이던 드라마 촬영장에 벽돌을 던져 여성 스태프 B씨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폭력은 절대 금물이지만 촬영현장에서 벌어지는 소음이나 막무가내식 민폐 촬영으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달 26일에는 아이유, 박보검 주연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촬영으로 불편을 겪었다는 한 시민의 글이 화제가 됐다.

고창 청보리밭 축제현장을 찾았다는 이 시민은 “유채꽃밭에 들어서서 사진 찍고 걷다보니 한 스태프가 막으면서 드라마 촬영 중이라 여기로는 가면 안 된다더라. 그래서 다른 길로 가면서 촬영하는 쪽 방향 유채꽃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든 순간 ‘사진 찍지 마세요’라고 소리를 쳤다”며 “촬영 때문에 관광지를 막는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 드라마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는 “안전한 촬영과 스포일러 유출 방지를 위한 과정에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귀중한 시간을 내어 방문하셨을 분들에게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촬영을 양해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촬영 과정에서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SBS 새 드라마 ‘7인의 탈출’은 가정집 대문막기 및 소방로 불법주차로 쓴소리를 들은 바 있다. 당시 촬영팀은 촬영 현장 주변의 가정집 문 앞을 차량으로 막아 주민에게 민폐를 끼쳤고, 금지 구역에 주차해 피해를 입혔다. 민원을 제기한 시민이 제작진에 차를 빼달라고 부탁했지만, 상황은 반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병규의 복귀작으로 주목을 받은 드라마 ‘찌질의 역사’ 촬영 팀도 촬영 현장 주변의 가정집 대문을 차량으로 막으면서 비판을 받았다.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4’는 촬영장 소음 문제로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촬영을 위해 다수의 인원이 한꺼번에 주택가에 몰리면서 소음이 발생했고, 드론 촬영으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지난해 3월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 촬영 팀도 쓰레기 무단 투기 및 흡연, 밤늦은 시간 촬영으로 인한 소음공해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SBS 드라마 ‘우리는 오늘부터’ 팀 역시 소음과 스태프들의 담배연기, 거리에 투기된 쓰레기 등으로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했다.

문제가 제기되자 제작사들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촬영을 양해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촬영 과정에서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민폐’ 촬영 논란 해결 방법은?…제작사 대표 “양해 구하고 촬영하는 방법 밖에 없다”

현행법상 야외에서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하려면 지역 영상위원회를 통해 허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허가받는 방식이 아니라 관할 구청과 경찰서에 통보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촬영팀이 와도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모든 촬영팀이 야외 촬영을 할 때마다 이런 ‘민폐’ 행위로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에 한 제작사 대표는 “사례가 올라온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보통 야외촬영을 나가기전에 교육을 진행해 문제가 생기지 않게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건들은 보통 밀집된 지역에서 밤에 촬영할때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며 “제작하는 입장에서 야외 촬영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밤, 야외, 밀집된 장소의 촬영은 최대한 피하는게 답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실제로 촬영 현장에 가보면 올라온 사례처럼 극단적인 상황은 많지 않다”며 “일부 생긴 문제 때문에 다른 촬영팀도 함께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주변에 거주하시는 분들, 관광객들에게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촬영하는 방법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