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관련 혐의 벗을 때까지 태극마크 박탈 
"수사기관 결과 나오기 전까지 선발하지 않는다"

경찰 조사 받고도 중국전 출전에 '시끌'
정치권-시민단체까지 비판 목소리 가세
장현수-정지석 중징계와 형평성 논란도
결국 악화된 여론에 '철퇴 기조'로 전환
1월 아시안컵 뛰려면 불기소 처분 받아야

전 연인과 성관계를 불법으로 촬영한 혐의를 받는 스트라이커 황의조(31·노리치시티)가 수사 기관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가대표 자격을 잃게 됐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8일 윤리위원회, 공정위원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 등으로 논의기구를 구성해 황의조 사태와 관련한 회의를 열었다. 최영일 부회장을 비롯해 이윤남 윤리위원장과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 정해성 대회위원장 등 각 분과위원이 1시간30분가량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기관의 조사가 진행이어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권한은 없지만, 악화한 여론을 고려하면서 적확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황의조를 국가대표팀에 선발하지 않기로 했다.
이윤남 위원장은 "국가대표 선수가 고도의 도덕성과 책임감을 느끼고 국가대표 명예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런 점에서 본인의 사생활 등 여러 부분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일시적으로 황의조가 태극마크를 반납하도록 한 결정을 설명했다. 또 "(황의조 사태가) 대표팀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 국가대표로 출전하면 팬이 느낄 부분에 대한 우려 등등 사정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애초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황의조의 '태극마크 자격'을 두고 논란이 거셌다. 그는 지난 21일 중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원정 경기를 앞두고 불법 촬영 혐의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중국전에 출전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은 "황의조는 범죄자가 아니다.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언급하면서 경기 출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KFA도 "의혹만 있을 뿐 혐의가 드러난 게 없다"면서 같은 기조였다.
이후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를 향한 질타 목소리도 나왔지만 KFA는 타 종목과 다르게 올림픽, 아시안게임처럼 종합대회에 한해서만 체육회로부터 훈련 및 선수 발탁 등 승인을 받고 있다. 월드컵 예선 등은 KFA가 자체적으로 대표 선수를 뽑고 운영한다. 체육회 역시 "종합대회 외엔 각 종목 IF(국제연맹) 규정에 따라 대표팀을 운영한다. 황의조 사태는 우리가 승인하는 국가대표 강화훈련 기간 등과 무관하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 2018년 병역특례 봉사활동 실적 조작 의혹을 받은 전 축구 대표 장현수(알 힐랄), 2021년 데이트 폭력, 불법촬영 등 혐의로 고소당한 배구 국가대표 정지석(대한항공) 사례를 언급하며 맞섰다. 장현수는 KFA로부터 대표 영구 박탈 중징계를, 정지석은 체육회로부터 대표선수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각각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현수는 당시 혐의를 이르게 인정했고, 정지석도 체육회가 승인해야 하는 강화훈련 기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규정대로' 처리가 가능했다. 황의조는 스스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었기에 KFA가 여론을 의식해 무작정 징계를 매기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KFA도 부담을 느낀 모양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개인 소셜미디어에 '황의조는 사회적 공인으로 도덕적 물의를 넘어 동의받지 않은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도록 했다면 명백한 형사처벌 대상'이라면서 KFA에 엄중한 징계조처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KFA가 '철퇴 기조'로 돌아서면서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대비하는 '클린스만호'에 비상등이 켜졌다.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