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시애틀 시범경기서 전방위 활약

출루 후에도 적극적인 주루플레이
1회 5득점 빅이닝 첫 득점도 올려
수비 땐 강한 햇빛-거리감각 당혹
낮 경기 등 낯선 환경 적응 최우선  

데뷔전이자 부상 복귀전이었다. 그래서 신중히 준비했는데 시작이 좋다. 첫 타석부터 안타를 날렸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1회 5득점 빅이닝 첫 득점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 외야수 이정후(26)가 빅리그 쇼타임 시작점을 찍었다.
이정후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과 메이저리그(ML) 시범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시애틀 선발 투수 조지 커비에 맞서 첫 타석을 소화했고 볼카운트 0-2에서 우전 안타를 터뜨렸다. 수직으로 꺾이는 브레이킹볼을 콘택트해 기분 좋게 빅리그 첫 경기 첫 타석부터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출루 후에도 인상적이었다. 다음 타자 타이로 에스트라다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볼카운트 2-2에서 2루를 훔쳤는데 파울. 이후 풀카운트에서 다시 도루 스타트했다. 에스트라다가 유격수 땅볼을 쳤지만, 시애틀 유격수 라이언 블리스가 2루로 향하는 이정후를 의식한 탓에 실책했다. 1사 2루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무사 1, 2루가 됐다. 이정후는 3번 타자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중전 안타에 2루에서 홈까지 내달렸다.
다음 두 타석은 범타였다. 2회말 커비의 변화구에 1루 땅볼. 4회말 카를로스 바르가스를 상대로는 89마일(약 143.2㎞)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애초 두 타석을 소화할 계획이었으나 세 타석을 소화했고 5회초를 앞두고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쳤다. ML은 시범경기 기간 중반까지는 주전 선수를 경기 중후반에 교체해 체력을 안배한다.
경기 후 이정후는 사실상 7개월 만에 치른 실전에 의미를 부여했다. 기록상 이정후의 지난해 마지막 경기는 10월10일 고척 삼성전이다. 그러나 이는 100%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키움팬에게 인사를 전하기 위한 출전이었다. 실제로 한 타석만 소화한 후 교체됐다. 실질적인 2023년 마지막 경기는 7월22일 사직 롯데전으로 봐야 한다. 이 경기에서 이정후는 수비 중 왼쪽 발목을 부상했다.
이정후는 "개인적으로는 7개월 만의 실전이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오늘 경기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렇다고 첫 타석부터 막 긴장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좋은 투수를 상대했고 2스트라이크로 몰리긴 했는데 그냥 가볍게 친다는 생각으로 컨택한 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오랜만에 실전 첫 타석부터 안타를 터뜨린 소감을 밝혔다. 이후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에 대해서는 "볼카운트 2-2와 풀카운트 상황 모두 그린라이트였다"면서 "감독님이 주문하신 것도 있고 나 또한 많이 뛰고 싶다. 뛰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시범경기부터 많이 뛸 계획이다. 물론 정규시즌 중에도 뛰는 모습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주자로서도 가치 있는 플레이를 약속했다.
중견수로서 수비에서도 외야진 중심에 서는 이정후다. 이날은 자신을 향한 타구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낮 경기마다 한국보다 강한 태양과 마주해야 한다.
이정후는 "확실히 시야가 조금 다르다. 이전에 애리조나로 전지훈련 왔을 때도 이 부분이 조금 힘들었다. 공이 높게 떴다가 내려올 때 거리 감각이 한국과 다르다"면서도 "이 또한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미국은 낮 경기도 많이 하니까 내가 적응해야만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스코츠데일 | 윤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