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연습생 출신 한서희의 등장에 또 한 번 가요계와 아이돌 팬덤이 술렁였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글쓴이가 한서희라고 주장하는 A씨와 한 여성 아이돌 멤버간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담은 글이 올라왔다. 해당 대화에서 A씨는 상대방에게 보이그룹 멤버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는가 하면, 소개받은 남성 아이돌을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고 적었다.

A씨는 초대한 아이돌에 대해 “울리고 싶었는데 얘가 향수를 뿌리고 왔더라. 킁킁대면서 냄새 좋다고 하며 후드티를 벗겼다”, “배에 복근이 있는데도 진짜 내 스타일 아니다” 등 성희롱성 거친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대화에 등장하는 남자 아이돌 그룹은 현재도 가요계에서 활약 중인 유명 그룹과 멤버들이다. 이들의 이름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순식간에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논란이 커지자 한서희는 대화에 등장하는 A씨가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서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지금 일어나서 확인했다. 지금부터 나오는 이야기는 다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한다”고게재했다. 그러면서 “저건 내가 아닌데 왜 확인도 안 하고 당연히 나인 것처럼 쓰는 건지, 다 고소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해명에 팬들은 한서희가 지난 1월 한 남자 배우와 나눈 듯한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가 명예훼손,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상황을 들며 설왕설래를 이어가고 있다.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대화 내용 속 실명 언급된 당사자들에게 화살이 쏠리는 모양새다.

비슷한 사례로 아이브 멤버 장원영은 자신의 악성 루머를 양산한 사이버렉카 ‘탈덕수용소’에 칼을 빼들었다. 장원영은 지난해 10월 A씨가 탈덕수용소에 인격을 모독하는 허위사실을 올렸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210단독(박지원 부장판사)은 지난해 12월 21일 장원영이 탈덕수용소 운영자 A씨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장씨에게 1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했다.

판결 후 A씨는 판결에 불복하는 항소장을 제출한 데 이어 법원에 강제집행정지 신청까지 냈으나, 장원영 측은 합의 없이 법적 조치를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탈덕수용소’는 202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운영된 유튜브 채널로, 연예인들을 근거 없이 비방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아이브 소속사 스타쉽이 지난해 소송을 하며 채널은 폐쇄됐다. 당시 스타쉽은 ‘탈덕수용소’를 상대로 2022년 11월부터 민형사 소송과 해외 소송을 함께 진행 중이다.

이같은 장원영의 사례는 명예를 훼손하는 가짜뉴스와 악의적인 비방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가요계 선례로 꼽히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가요계에서는 악플, 가짜 뉴스 등으로 인한 아티스트의 피해에 강한 대응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뉴스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당사자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K팝 시장을 선봉에서 이끌고 있는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각종 성희롱과 루머 등에 시달리고 있으나 이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는 극소수의 사례에 불과하다. 아이돌은 팬덤을 결집시키기 위해 이미지가 중요한데 이러한 이슈에 언급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체로 활동하다보니 배우나 인플루언서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획사의 통제와 개입이 많고, 개인 의사 표현 창구가 적은 아이돌의 특성을 악용해 루머를 더 빠르고 쉽게 퍼트리고 있는 현실이다.

소속사 역시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멤버들은 데뷔 후 지속적으로 가짜뉴스에 시달리며 심정인 고통을 받음에도 하나하나 대응하기 어렵다. 대체로 강경 대응 방침을 따르고 있지만, 루머만으로도 아티스트 당사자에게는 사생활 침해의 불안감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각종 루머에 노출되면서 아이돌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을지 팬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일부 팬덤은 기획사들에게 멤버의 보호와 회사의 해명을 요구하는 트럭시위를 다수 펼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체로 중국 등 해외 팬들이 트럭시위를 펼치는 경우가 많은데, 비방 내용이 각종 욕설과 성희롱 등 수위가 높은 말들이 많아서 아티스트도 압박감을 느끼고 위협까지도 느끼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