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와 개막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하성(29·샌디에이고)을 두고 ‘왕’이라 했다. 고척을 홈으로 쓰며 KBO리그를 주름잡았다. 오랜만에 익숙한 곳에 돌아왔다. 시원하게 터졌다. 빅리그 진출 후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다.

김하성은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평가전 LG와 경기에 5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2안타(2홈런) 4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김하성을 앞세운 샌디에이고는 5-4로 승리했다. 전날 팀 코리아에 1-0 신승. 방망이가 신통치 않았다. 이날은 달랐다. 김하성이 선두에 섰다. 팀 동료들을 깨운 방망이인 셈이다.

2회초 매니 마차도의 2루타로 만든 무사 2루에서 첫 타석을 치렀다. 마운드에는 LG 선발 임찬규. 카운트 1-2의 불리한 상황에서 6구째 가운데 몰린 체인지업을 잡아당겼다.

타구는 훨훨 날아 왼쪽 담장을 넘겼다. 고척을 끓게 만든 대포였다. 2020년 10월7일 NC전 이후 1258일 만에 고척에서 홈런을 날렸다.

끝이 아니었다. 6회초에는 1사 1루에서 다시 배터 박스에 섰다. 역시나 1-2 카운트에 몰렸다. 7구째 몸쪽 체인지업이 들어왔다.

절묘한 스윙이 나왔다. 왼팔을 몸에 붙인 상태로 배트를 돌렸다. ‘티라노 스윙’이다. 어렵게 배트를 돌렸지만, 제대로 맞았다. 왼쪽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 2-1에서 4-1로 달아나는 홈런이었다. 2019년 8월18일 한화전 이후 1764일 만에 고척에서 멀티 홈런 경기를 완성했다. 고척돔 역대 최다 타점(246타점) 기록자다웠다.

경기 후 김하성은 “어디서 치든 홈런은 좋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서 경기하는 것 자체로 감사하다. 한국 선수들과 경기하는 것만으로 좋은 추억이 된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어 “홈런은 정말로 운이 좋아서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에서 뛰면서 상대했던 투수들이다. 어떤 공을 던지는지 알고 있기에 대처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겸손한 왕이다.

KBO리그도 그렇지만, 메이저리그 역시 아직 시범경기 기간이다. 그러나 샌디에이고와 다저스는 20~21일 정규시즌 개막전을 한국에서 치른다. 김하성도 허투루 할 수 없다. 나아가 올시즌이 끝나면 프레이이전트(FA)가 된다. 잘해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이런 상황에서 멀티 홈런 경기를 치렀다. 페이스가 좋다는 점이 반갑다. LG 염경엽 감독은 “김하성은 수비가 좋은 선수다. 잘하는 것을 계속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격도 능력 있는 선수다.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김)하성이 감을 잡아준 것은 잘한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수비는 정평이 났다. 2023시즌 골드글러브 수상자다. 이를 바탕으로 2024시즌 주전 유격수로 나선다. ‘거물’ 잰더 보가츠를 2루수로 밀어냈다. ‘위엄’이다.

공격까지 되면 금상첨화다. 지난해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OPS 0.749를 올렸다. 매년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올해 더 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하성은 “한국에서 한국팀과 두 경기를 했다. 내게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다저스와 정규시즌 경기가 있다. 정말 시작이다. 괜찮은 감이 시즌 내내 이어졌으면 한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국까지 먼 거리를 이동했다. 쉬운 여정이 아니다. 그래도 익숙한 곳에서 새 시즌을 시작하는 점은 나쁘지 않다. 김하성이 상황을 잘 누리고 있다. 왕의 다음 타깃은 다저스다.

스포츠서울 | 고척=김동영 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