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먼저 클럽월드컵 경험한 울산
1차전 낙뢰 예보로 경기 지연돼
美 불볕더위, 체감 온도 40도 육박
도전자 입장이라 컨디션 관리 중요
치밀한 선수 구성-체력전 고려해야

미국에서 진행 중인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은 내년 북중미 월드컵(미국 중심 멕시코ㄱ캐나다 공동 개최)을 1년 앞두고 치르는 '프레 월드컵'이기도 하다. 참가 팀은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미국 내 경기장, 훈련 시설을 사용한다. 한국 축구의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끈 홍명보 A대표팀 감독도 클럽월드컵 현장을 둘러봤다.
홍 감독은 1994년 미국 월드컵에 국가대표로 참가한 데 이어 선수 커리어 막바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갤럭시에서 두 시즌(2003~2004)을 뛰고 은퇴했다. 미국 환경을 어느 정도 알지만 20여년이 지난 현지 여름 기후는 더욱더 변화무쌍하다. 무더위와 관련해서는 31년 전 월드컵을 치를 때 40도에 육박하는 댈러스의 살인적인 불볕더위 등을 경험한 터라 잘 안다. 다만 최근 다양한 환경 변화 속에 습도 증가, 대기 불안정 등이 맞물리며 낙뢰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당장 K리그에서 유일하게 참가한 울산HD가 첫판부터 경험했다. 지난 18일 올랜도의 인터엔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프리카공화국)과 1차전 킥오프를 앞두고 인근 지역에 낙뢰가 발생했다. 미국의 안전 규정에 따르면 8마일(13㎞) 내 낙뢰 예보 시 30분간 경기를 멈추고 대기해야 한다. 그사이 낙뢰가 없으면 재개되나, 또 발생하면 30분을 더 기다린다. 이날 울산과 마멜로디 선수가 기다리는 사이 한 차례 더 낙뢰가 감지돼 예정 시간보다 65분이 지나서야 킥오프했다. 울산의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는 "집중력이 올라간 상태에서 다시 (라커룸에) 들어갔다. 몸이 축 처지는 느낌이 들었다"며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하루 뒤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와 파추카(멕시코)의 경기가 열린 신시내티의 TQL스타디움도 주변에 낙뢰가 발생해 후반 경기가 90분간 중단했다. 번개가 치는 장면이 중계방송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불볕더위도 여전하다. 클럽월드컵 뿐 아니라 내년 북중미 월드컵도 유럽 중계방송 등을 이유로 낮 경기를 편성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다. 다수 지역은 33~36도를 보이며 체감 온도가 40도에 가깝다. 울산과 같은 조에 묶인 도르트문트(독일)의 니코 코바치 감독은 너무나 뜨거운 햇볕에 교체 명단에 오른 선수를 벤치가 아닌 라커룸으로 보내 TV로 경기를 보게 했다.
FIFA도 날씨 변수는 막을 길이 없다. 현지 대회 관계자의 견해를 종합하면 북중미 월드컵 땐 낙뢰와 관련한 안내를 더 활성화하고 벤치와 그라운드에 아이스 쿨타올, 대형 선풍기를 더 두는 정도만 모색 중이다.
한마디로 홍명보호는 1년 뒤 불볕더위와 낙뢰 등 악천후와도 싸워야 한다. 세계적 강호와 겨루는 월드컵에서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팀은 여전히 '도전자'다. 타 팀보다 팀 컨디션의 완성도를 높이고 실전에서 많이 뛰며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런 만큼 현지 날씨 변수, 체력전을 고려한 선수 구성과 치밀한 준비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홍명보호는 오는 9월 미국에서 평가전도 시행할 예정이다.

신시내티 | 김용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