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처럼 '사진 판독' 거쳐 탄자니아에 역대 세계육상 첫 금메달 선사
알폰스 필릭스 심부(33ㄱ탄자니아)가 역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마라톤에서 가장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남자 마라톤은 0.03초 차로 1, 2위가 갈렸다.
남자 100m 1, 2위를 가른 0.05초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심부는 15일 일본 도쿄 시내를 돌아 국립경기장으로 들어오는 42.195㎞ 마라톤 풀 코스를 2시간09분48초에 달렸다.
2위 아마날 페트로스(30ㄱ독일)의 기록도 2시간09분48초였다.
둘은 국립경기장 직선 주로에 진입한 뒤 단거리 선수처럼 달렸다. 페트로스가 결승선 앞에서 넘어져 맨눈으로 1, 2위를 확인하는 게 더 어려웠다.
세계육상연맹은 사진 판독을 거쳐 "심부가 0.03초 차로 우승했다"고 발표했다. 14일 열린 남자 100m 결선에서는 오빌리크 세빌(자메이카)이 9초77로, 9초82의 키셰인 톰프슨(자메이카)을 0.05초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42.195㎞를 달린 마라톤에서 100m보다 더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실제로 세계선수권 마라톤에서 1, 2위가 '초'까지 같은 기록은 낸 건,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2001년 에드먼턴 대회에서 게자헹 아베라(에티오피아)가 2시간12분42초로, 2시간12분43초의 사이먼 비워트(케냐)를 1초 차로 제친 게, 종전 최소 격차였다.
당시에는 육안으로도 1, 2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탄자니아의 역대 세계육상선수권 첫 금메달은 이렇게 극적으로 탄생했다. 2017년 런던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심부는 8년 만에 세계선수권 금빛 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부는 올림픽 채널과 인터뷰에서 "오늘 나는 탄자니아에 첫 세계육상선수권 금메달을 안기는 새 역사를 썼다"며 "여러 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이 자리에 섰다. 나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결승선 앞에서 그 의지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0.03초 차로 금메달을 놓친 페트로스는 "막판에는 100m 선수처럼 달렸다. 우승만 생각했기에 아쉽다"며 "하지만, 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은 은메달을 딴 것에 감사해하고, 내일을 위해 다시 훈련하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일리아스 아우아니(이탈리아)는 2시간09분53초로 3위에 올랐다. 이날 경기에서는 5명이 40㎞를 똑같이 2시간03분33초에 통과했다. 남은 2.195㎞에서도 접전이 벌어졌고, 육상 역사에 길이 남을 사진 판독이 나왔다.
마라톤 강국 에티오피아와 케냐에서는 메달리스트가 나오지 않았다. 세계선수권 남자 마라톤 시상대에 에티오피아와 케냐 선수가 한 명도 오르지 않은 건, 2005년 헬싱키 대회 이후 20년 만이다.
페트로스는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불리긴 하지만, 실제 그는 에리트레아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에티오피아로 이주했고, 2012년 난민 신분으로 독일로 건너가 2015년 독일 시민권을 취득했다.
한국의 박민호(코오롱)는 25㎞ 지점을 83위(1시간25분06초)로 통과한 뒤, 레이스를 중단했다.
이날 88명이 출발선에 섰고, 박민호를 포함한 22명이 완주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