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가에서 1인 2역 캐릭터가 늘어나고 있다.

1인 2역은 감정의 결이 분명히 달라야 한다. 시청자가 ‘둘은 분명히 다른 사람’이라는 믿음을 갖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만큼 배우의 표현력과 감정 등 의존도가 높다.

연기적인 도전을 원하는 배우들에겐 매력적인 기회다. 연기력뿐 아니라 변신의 스펙트럼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제작 관계자는 “1인 2역은 잘만 소화하면 배우의 커리어에 확실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선택이다. 한 작품 안에서 전혀 다른 감정선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 이만한 기회는 없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릴 수 있어 환영받는 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가에는 흐름이라는 것이 있다. 최근 1인 2역 설정이 연달아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이런 구조를 고민하는 제작사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데뷔 20년차 배우 박보영은 최근 tvN 새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1인 2역에 처음 도전했다.

박보영이 연기한 쌍둥이 자매 ‘유미지’와 ‘유미래’는 같은 얼굴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인물이다. 자유로운 영혼과 완벽주의자라는 양극단의 캐릭터를 표현하며 말투, 의상, 표정, 호흡까지 섬세한 차이를 구현해냈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아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오애순과 그녀의 딸 양금명을 연기했다.

세대를 건너는 여성들의 고단한 삶과 애틋한 마음을 동시에 그려낸 아이유는 백상예술대상 여자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 오르며 또 한 번 존재감을 입증했다.

배우 육성재는 SBS ‘귀궁’에서 인간과 이무기를 오가는 이중 연기를 소화하며 무게감 있는 변신을 선보였다. 진중한 백년서생 윤갑과, 인간 세계에 적응 중인 강철이라는 완전히 상반된 존재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드라마의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주목할 만한 신예도 있다. JTBC ‘옥씨부인전’의 추영우는 예인 송서인과 양반집 도련님 성윤겸을 오가며 1인 2역을 완벽히 소화했다. 반전 있는 설정과 개연성 있는 연기를 통해 단숨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고, 이후 ‘올해의 신예’로 자리매김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1인 2역 설정은 극을 더욱 극적으로 느끼게 하는 장치다. 단, 설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개연성을 담보해야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 입장에선 연기력을 극대화해서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다만 충분히 준비된 시점에서 도전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khd9987@sportsseoul.com